이탈리아 새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협상 중인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주세페 콘테 현 총리에게 차기 내각을 맡기기로 합의했다.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는 28일(현지시간) 대통령 집무실인 퀴리날레 궁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연정 관련 협의를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또 콘테 총리에게 차기 내각 구성 권한을 줄 것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도 콘테 총리가 차기 연정에서도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언론에 확인한 바 있다.
법학자 및 변호사 경력을 가진 콘테 총리는 작년 6월부터 1년 2개월간 극우 정당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간 연정의 조율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동맹이 연정 붕괴를 선언한 뒤인 지난 20일 사임을 발표했으나, 마타렐라 대통령이 새 연정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기존 내각을 그대로 이끌어달라고 요청해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무소속이지만 정치적 성향이 오성운동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콘테 총리 유임 여부를 두고 팽팽히 맞서왔다. 이 문제로 전날에는 한때 연정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서 콘테 총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간신히 갈등이 봉합됐다. 양당이 차기 총리를 확정·발표함에 따라 연정 협상은 ‘5부 능선’을 넘게 됐다.
한편 의회 수뇌부 및 각 정당 대표들과 두 차례에 걸쳐 연정 협의를 진행한 마타렐라 대통령은 29일 오전 9시 30분 콘테 총리를 퀴리날레 궁으로 불러 면담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내각의 구성 권한을 쥐어 주기 위한 호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오성운동-민주당 연정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콘테 총리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주면 장·차관 배분과 핵심 정책을 타결짓기 위한 ‘연정 협상 2라운드’의 막이 오르게 된다. 콘테 총리는 이후 오성운동-민주당과의 협의를 거쳐 내각 명단과 정책안을 마련한 뒤 마타렐라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어 하원과 상원에서 새 연정에 대해 신임을 묻는 표결이 진행되고, 여기서 가결되면 공식적으로 새 연정이 들어서게 된다.
다만 의회 내 오랜 앙숙이던 양당이 2020년 예산안을 비롯한 핵심 정책안과 주요 장·차관 인선을 놓고 갈등을 되풀이할 경우 협상이 중단되거나 좌초할 가능성도 있어 양당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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