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의 음악을 통해 서로 껴안고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하는 순간 모든 청중들과 긴밀한 친구가 되는 것이 저의 메시지죠.”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는 26일 서울 강남구 심포니 송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은 언어를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게 한다”며 “뜻이 다르고 사상이 다른 사람들도 음악 앞에서는 잠시나마 그것을 잊고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휘자 함신익과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이 창단 5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협연을 펼친다.
허프와 심포니 송이 호흡을 맞출 작품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다. 그는 “4악장은 매우 가벼운 악장으로 순하고 깨끗한 느낌으로 사라져버리는데, 브람스이기에 가능한 기법이자 굉장히 적절한 끝맺음”이라고 설명했다. 허프는 이 레퍼토리를 녹음한 음반으로 2009년 클래식 FM 그라모폰의 골드음반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는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이 탄생했을 뿐만 아니라 음악 사랑도 대단하다”며 “한국에 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의 좌석은 2,600석 규모인데도 티켓이 거의 다 팔린 상태다. 허프는 “유럽에서는 쉽지 않은 놀라운 일”이라며 “유럽에서 태동한 클래식 음악이 한국에서 생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허프는 탁월한 음악적 해석과 균형감으로 사랑받고 있다. 1983년 뉴욕 나움부르크 콩쿠르 우승 후에 잘츠부르크, 에든버러 페스티벌 및 BBC 프롬스 무대에 정기적으로 오르고 있다. 현재 영국 왕립 음악원 객원 교수, 로열 노던 칼리지 오브 뮤직 피아노과 과장, 뉴욕 줄리어드 음대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에 음악과 종교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작가로서도 활동 중이며,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꼽은 살아있는 20명의 지식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음악에 대한 에세이를 엮은 책 ‘러프 아이디어스(Rough Ideas)’를 출간하기도 했다. 허프는 “종교·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사상을 오랜 기간에 걸쳐 담아낸 책”이라며 “음악과 관련된 실질적인 무대 경험들도 다양하게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심포니 송은 지난 2014년 8월 차세대 오케스트라를 위해 창단된 순수 민간 오케스트라다. 예술감독이자 지휘자 함신익은 “젊은 학생들을 훈련시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에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에서 제대로 된 롤모델을 만들기 위해 뮤지션들을 모아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일대 지휘과 교수로 23년간(1995~2018) 재직했고 미국, 유럽, 남미 등에서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이끈 바 있다. 이어 함신익은 “좋은 음악을 만들다 보면 좋은 후원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 비해 후원자가 100배나 늘었고, 현재 정기회원이 1,200명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