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씨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에게 사죄했다. 노태우·전두환 직계가족 중에선 처음이다.
26일 국립 5·18민주묘지 관리소는 재헌 씨가 23일 오전 11시께 광주 북구 운정동 묘지를 찾아 1시간가량 참배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일 오전 9시쯤 전화를 통해 방문 의사를 알렸으며, 수행원으로 추정되는 일행 4명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 씨는 묘지 들머리인 민주의 문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참배단으로 이동해 헌화와 분향을 했다. 방명록에는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의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항쟁추모탑 뒤편 윤상원, 박관현 열사 등이 잠든 묘역과 추모관, 유영보관소를 돌아봤다. 윤상원, 박관현 열사 등이 잠든 묘역에서는 무릎을 꿇고 항쟁 희생자를 기리기도 했다. 그는 1997년 국립 5·18민주묘지가 조성되기 전 항쟁 희생자가 안장됐던 망월동 옛 묘역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5·18 피고인’으로 처벌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 중에서 광주를 찾아 오월 영령에게 사죄한 이는 재헌 씨가 처음이다. 재헌 씨의 5·18묘지 참배는 아버지 노 전 대통령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오랜 투병 생활을 했고 고령으로 인한 노화도 있지만,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있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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