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개막 전부터 심상치 않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국이 주요 현안에 대해 뚜렷한 견해차를 나타내는 가운데 의장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공동선언을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며 세계 주요국 간 갈등이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G7 개막에 앞서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G7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솔직해지자. 최근 발표된 성명들은 의견 불일치만 드러냈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G7 정상회의가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지난 1975년 G7 출범 이후 처음이다.
G7 간 불협화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불거졌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입제한 조치에 반발한 각국 정상이 선언문에 ‘보호무역주의와의 투쟁을 계속한다’는 표현을 넣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언 채택 직후 지지 철회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까지 발표돼온 성명을 없애기로 결정한 것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머지 6개국 정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미국 대 나머지 6개국’의 대립구도가 한층 굳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7월 프랑스가 미 정보기술(IT) 공룡들을 상대로 매출액의 일정 부분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국가들 간의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된 상태다.
6~7월 기록적 폭염이 덮친 유럽 각국이 지구온난화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와중에도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점 또한 G7 균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의견이 맞지 않는다”며 “우리가 파리기후변화협정 합의문을 작성해봤자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란을 둘러싼 중동정세에 대해서도 미국과 나머지 국가가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영국에서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를 불사하겠다는 ‘친트럼프’ 성향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하며 G7 내 역학관계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이후 미국 편으로 옮겨가면서 ‘미영 대 나머지 5개국’ 구도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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