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정부들은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범부처 차원에서 대비에 나서고 있다. 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노동·고용시장 대응이 핵심적이라는 인식하에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지자체·기업·노동조합을 아우르는 디지털화 시대의 노동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각국의 행보는 아직 ‘노동4.0’의 개념조차 확립하지 못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더스트리4.0’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불을 댕긴 독일은 연방노동사회부(BMAS)가 노동4.0 개념을 도입한 이래 주도적으로 미래 노동상을 만들고 있다. 독일은 새로운 제조업 방식을 성공적으로 확립하려면 노동자의 역할과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보고 정부·기업·노동조합 등이 함께 디지털 산업 환경에서의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BMAS는 가장 먼저 인더스트리4.0 시대의 ‘좋은 노동’의 기준을 세웠다. 지난 2016년 백서를 통해 노동의 디지털화·유연화·네트워크화를 제고하기 위한 세부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 연방정부의 노동4.0정책은 주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확산됐으며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노동4.0의 방향을 경영에 접목했다. 독일 산별노조는 기업 차원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노동4.0의 연착륙에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은 또 고용불안을 줄이기 위해 연방교육연구부와 연방경제부 주도로 330여개의 직업훈련직종을 현대화하고 중소기업 디지털화 지원 정책인 ‘미텔슈탄트-디지털’을 통해 중소기업 직업훈련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국가 전략에 적극 반영한 것은 물론 고령화와 구인난이라는 당면 문제에 맞게 인더스트리4.0과 노동4.0 개념을 재해석하고 있다. 4차 산업기술을 사회 전반에 활용해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근로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고령화와 구인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소사이어티5.0’이라는 범국가적 차원의 성장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권준화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아직 노동4.0에 대한 개념조차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독일 등과 같이 정부가 주도적으로 디지털화 정책에 노동4.0정책을 연계·통합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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