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의 명소인 ‘스페인 계단’이 앉기만 해도 벌금을 낼 수 있는 통제구역이 됐다.
6일(현지시간)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 계단과 주변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발표된 새 규칙에 따라 관광객들이 계단에 앉거나 눕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계단에서 음식물을 먹거나 계단 아래 바르카치아 분수에서 물을 마시는 행위도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160~440유로(약 21만~59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번 조치를 두고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과도한 통제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멕시코 출신인 마르코스 모랄레스는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계단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불평했다. 일각에서는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계단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파시스트 수준의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현지 주민들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찬성하는 분위기다. 현지 주민인 스타일리스트 잔니 바티스토니는 “예술적 걸작에 앉아서는 안 된다”며 “(이번 조치로) 마침내 계단이 도시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배우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먹은 곳으로 유명한 스페인 계단은 로마 스페인 광장에서 삼위일체 성당까지 135개로 이뤄져 있다. 관광객에게는 쉬어가는 장소로, 현지인들에게는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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