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에서 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용산구에서 세 집당 한 집꼴로 재산세가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외에 서초·강남 등에서도 공시가 급등으로 재산세가 세 부담 상한까지 오른 주택이 속출했다. 지난 7월 1차 재산세 부과에 이어 오는 9월 2차 재산세 부과, 연말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납세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어 고령자·은퇴자의 세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로부터 입수한 ‘7월 자치구별 재산세 세 부담 상한(30% 이상) 주택’ 자료에 따르면 용산구에서 재산세 세 부담 상한(30%)이 적용되는 주택은 총 2만810가구로 관내 재산세 부과주택 7만1,249가구 중 무려 29.2%에 해당했다. 용산구에서 재산세가 부과된 주택 세 집 가운데 한 집꼴로 재산세가 3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용산구는 ‘마용성’으로 불리며 지난해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바 있다. 실제로 연초 발표된 표준주택 공시가 상승률에서 용산구는 35.4%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17.67%로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30% 이상 상한 비중을 보면 용산구가 1위를 기록했고 서초와 강남구가 그 뒤를 이었다. 서초구는 13만3,337가구 가운데 3만6,569가구가 30% 상한선에 해당해 27.43%, 강남구는 18만1,903가구 중 4만9,478가구가 해당돼 27.25%를 보였다. 현재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은 5%, 3억~6억원 이하는 10%, 6억원 초과 주택은 30%로 세금 상승률을 제한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소득 없는 은퇴자나 고령층에서 늘어난 세금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는 재산세 관련 민원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서울 28만가구 稅부담 상한 적용…현실이 된 ‘재산세 쇼크’>
# 지난해 11억 1,000만원에서 올해 14억 5,0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30% 이상 오른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단독주택. 소유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 부담 상한(30%) 적용대상이 아니었지만 올해는 재산세가 30% 넘게 올라 상한선을 적용받았다. 재산세와 도시지역분 재산세, 지방 교육세 등 소유주가 내야 할 재산세는 지난해보다 100만원 가량 오른 438만 5,160원이다. 만일 재산세 상한선을 적용받지 않았다면 내야 할 세금은 460만원으로 늘어난다.
# 올해 8억 5,600만원으로 공시된 용산 신계e편한세상 110동 전용 84㎡ 역시 재산세 세 부담 상한을 적용받아 209만 7,732원의 재산세가 부과됐다. 재산세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 지난해보다 70만원 넘게 오른 약 238만 원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해 재산세 부담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로부터 입수한 ‘7월 자치구별 재산세 세 부담 상한(30% 이상) 주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재산세 부과주택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약 28만 가구가 세 부담 상한을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구에서는 약 3분의 1이 재산세가 30% 이상 올라 상한선 적용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로, 노원, 은평, 도봉 등 외곽 지역에서도 세 부담 상한을 적용받은 주택이 적지 않았다.
◇ 부과주택 10%가 상한선 30% =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고지서가 발송된 서울시 재산세 부과 대상 주택은 총 295만 27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세 부담 상한선 30%를 적용받은 주택은 무려 28만 847가구로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하는 약 28만 가구의 재산세가 1년 만에 30% 넘게 올랐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보면 재산세 부과 주택 약 3분의 1이 세 부담 상한선 적용 대상인 용산구와 서초구, 강남구 외에도 성동구, 마포구도 각각 19.5%, 18.23%가 세 부담 상한선 30%에 적용돼 주민들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영등포구와 관악구, 중구에서 세 부담 상한선 30% 적용 가구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세 부담 상한 주택이 늘면서 서울시가 지난달 주택·건물 등에 부과한 재산세는 총 1조7,9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부과 건수도 지난해보다 5.1% 증가한 21만3,000건을 기록했다. 이번에 재산세가 부과된 아파트는 17만 5,000건으로 6.2% 늘었고 부과액도 1조 436억 원으로 지난해(8,930억 원) 대비 16.9% 증가하며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올해와 같은 공시가격 증가율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마·용·성 및 강남 3구 이외 지역에서도 세 부담 상한선 30% 적용 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서울의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 공시가는 정부의 급격한 현실화로 인해 큰 폭으로 뛰었다. 용산구만 놓고 봐도 표준주택은 35%, 공동주택은 17% 각각 올랐다. 서울 주요 지역의 주택(아파트·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대부분 두 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 재산세 급등에 민원 폭주 = 재산세 급등으로 각 구청은 물론 서울시에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산세 고지 오류까지 일부 발생하면서 민원이 더 늘었다. 특히 임대사업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 임대인들의 민원이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등록하면 임대기간과 전용면적에 따라 25%에서 최대 100%의 재산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데 이를 적용받지 못한 경우가 상당한 상황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재산세 고지서 발부가 시작되면서 매일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의 오류 발견 민원과 정정 요청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7월 재산세 납부를 시작으로 세 부담은 점점 가중될 전망이다. 오는 9월에는 나머지 절반의 주택분 재산세와 토지에 대한 재산세를 내야 한다.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의 경우 11월께 별도로 종합부동산세도 부과될 예정이다.
고가 주택 소유자 중에서도 소득이 충분한 경우 당장의 세 부담은 크지 않지만, 그동안 공시 가격 인상을 체감하지 못했던 고령자나 해외 거주자 등을 중심으로 세 부담을 이기지 못한 매물이 차츰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고가주택 한 채를 보유한 은퇴자 중에서는 늘어난 세 부담 때문에 고민이다. 서초구 한 재건축 아파트에 최근 입주했다는 한 은퇴자는 “한평생 모은 돈으로 집 하나를 장만했고, 그 집이 재건축돼 최근에야 입주하게 됐다”며 “그런데 해마다 수백 만 원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평생을 걸려 마련한 집을 포기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을 고려해 집을 처분할 사람은 이미 처분한 만큼 시중에 매물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연말 종부세 부과까지 마무리되면 세금 부담을 체감한 은퇴자나 고령층을 중심으로 매도를 결심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센터 세무팀장은 “1주택자에 한해 내년 실거주에 따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공제율이 줄어들어 연내에 팔면 절세가 가능한 요건이 남아 있다. 이를 고려해 연내 매도에 나서는 주택 소유자들이 나올 수 있다”며 “아울러 절세를 위해 공동명의, 증여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주택 소유자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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