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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PC운동





마블코믹스의 영화 ‘블랙 팬서’는 가상의 아프리카 최첨단 문명국가 와칸다를 배경으로 흑인 슈퍼히어로를 내세워 크게 성공했다. 제작비 등 3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13억달러를 벌었고 아카데미상에서도 작품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3관왕을 달성했다. 부산에서 상당 부분이 촬영되면서 한국 관객도 539만명에 달했다. 이 영화는 특히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운동의 정신을 반영해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PC운동이란 언어와 행동에 있어 인종·성별·종교·성적지향·장애 등의 약자를 차별하지 말자는 운동이다. 주로 차별을 나타내는 언어를 고쳐 쓰자는 것과 영화를 만들 때 표현과 주인공 선정 등에서 차별을 없애자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저항운동인 68운동 때 시작돼 1980년대 미국 대학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최근 덴마크 동화를 원작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판 영화 아리엘 역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발탁된 것도 이런 흐름을 탄 것이다. 말에 있어서는 영어에서 회장을 뜻하는 ‘chairman’을 ‘chairperson’으로, 불구자를 뜻하는 ‘disabled’를 ‘handicapped(장애인)’로 부르자는 운동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는 2000년대에 유입돼 사회적인 논란을 빚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가 성차별을 들어 주기도문에서 ‘아버지’란 호칭을 빼자고 한 것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과도해 반발도 생겨났다. 남자 교수가 여학생에게 낮은 점수를 주면 ‘성차별(sexism)’로 몰리기 일쑤였고 이에 대한 반발이 확산된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움베르토 에코 등 지식인들이 반PC 대열에 동참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반PC운동 흐름을 대통령선거에 잘 활용했다. 2016년 대선에서 거침없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지탄받는 것이 두려워 본심을 숨기는 백인 노동자층의 표를 끌어모으는 데 큰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겨냥해 다시 반PC운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는 등 잇따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의 막말은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 사회의 오랜 작동 원칙을 허무는 것이다. 하기야 표를 얻기 위해 사회를 분열로 내모는 것이 미국뿐이겠는가.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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