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은 도쿄올림픽 보이콧, 후쿠시마 원전 등 일본의 ‘약한 고리’를 건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 협상과 별개로 당이 ‘배드캅’ 역할을 자처하며 국제 여론전 전면에 뛰어든 양상이다.
민주당은 최근 당 지도부와 당내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오기형 특위 간사는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품·소재·장비와 관련한 기업지원법, (관련 법률의) 전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준비되는 대로 국회에 제출한 뒤 야당과 협의해 제도적 보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을 타깃으로 삼은 특위의 강경 발언도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여론전’을 통한 실질적 타격을 노리는 모양새다. 황희 의원은 지난 28일 후쿠시마 원전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우리 선수 보호 차원에서 내년 도쿄올림픽 선수단의 음식과 식수는 전량 국산으로 공수할 것을 제안한다”며 정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최재성 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김민석 특위 위원은 25일 가진 외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본은 평화 올림픽을 개최할 자격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당의 강경 대응과 관련해 한 원내 핵심관계자는 “그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배드캅 역할을 자처해왔는데 이제는 당이 앞장서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내에서는 비공식적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폐기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내 지도부는 “공개석상에서는 지소미아 연장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취지로 ‘톤 다운’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파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우리보다 일본에 더 손해가 크다. 당내에서 이런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꽤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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