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대한민국 엄마를 응원해]"아빠 몫까지 사랑해주신 엄마, 미안해하지 말아요"

■한부모가정 수기공모 우수작

이규인씨 '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규인 씨가 ‘엄마 사랑해요’라고 쓴 스케치북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이규인 씨




“한때는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오는지 마음속 깊이 고민하며 괴로워했어요. 하지만 혼자서도 아빠 몫까지 사랑을 베풀어주신 엄마를 떠올리며 그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엄마, 제게 미안하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아빠 몫까지 사랑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부모는 자식에게 늘 “미안하다”고 한다. 하물며 혼자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정 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서울경제신문과 한샘이 공동 주관한 제1회 한부모가정 수기공모전에는 미혼모라서, 사별 때문에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엄마들의 미안함이 배어 있는 편지들이 쇄도했다. “엄마가 엄마라서 미안할 뿐이야(김정아)” “한부모로 살아가는 내 설움이 너에게는 외로움이 될까 두렵구나(임다솜)” “미운 엄마라서 미안하고 좋은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이연와)” 등 이번 공모전 수상작에는 자신이 겪은 외로움이나 고통보다 자식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한부모가정의 자녀 입장에서 글을 써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 있다. 바로 ‘사랑하는 우리 엄마’라는 제목의 편지다. 지금은 불혹을 넘긴 어른이 돼 두 아이의 엄마로,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이규인(44)씨는 “한평생 저와 동생을 키우기 위해 고생하신 엄마가 지금은 심장병으로 병상에 누워계신다. 우리를 키우느라 고생하셨기 때문에 병을 얻으셨을 것 같은데 항상 ‘너희에게 짐이 돼 미안하다’ ‘다른 엄마들처럼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하신다”며 “우리 엄마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들에게 더는 자식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글을 썼다”고 말했다.

우리 위해 아픔도 견뎌낸 엄마…인생의 교과서

세상 떠난 아빠 대신 밤낮 없이 힘든 노동

병상에 계시면서도 ‘항상 미안하다’ 눈물



이씨의 아버지는 그가 18세, 동생이 15세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입시생이라는 예민한 시기에 아버지를 잃은 이씨는 “가진 것이라곤 가족뿐인데 왜 내게서 아버지마저 빼앗아 가는 걸까”라며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졸업식과 입학식을 가족 없이 홀로 참석해야 할 때, 부모님 두 분 다 살아 계시냐는 질문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던 사춘기 시절이었다. 하지만 1년간 중환자실에서 아버지를 간호하다 남편의 죽음 후 두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평일에는 직장으로, 주말에는 인근 공장으로 청소하러 현관문을 나서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기 연민에만 빠질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어린 나이에도 내가 수험생이라는 중압감보다 가장인 어머니의 짐이 더 무거워 보였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새벽에 나가 밤10시가 넘어 들어오는 엄마를 배웅하거나 마중하는 일이었다. 너무 힘들고 외로운 시절이었지만 더더욱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엄마는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고 하셨다”며 “엄마가 우리를 위해 아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모습이 나와 동생에게는 인생의 교과서였던 것 같다”고 했다.

빚에 치여 정부미로 생활해야 할 만큼 팍팍한 살림살이였다. 학교를 그만두고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라고, 그게 가족을 위한 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씨는 교사의 꿈을 끝내 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 꿈이 있었기에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 이씨의 꿈을 응원해준 유일한 사람이 바로 어머니였다. 이씨의 어머니는 “내가 다른 집처럼 충분히 지원해줄 수는 없지만 네 꿈이 그렇다면 그 길을 갔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길이 안 보여도 가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생길 것”이라면서 용기를 북돋워줬고, 불가능해 보였던 대학 졸업과 임용고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상처이자 아픔일 것 같던 ‘한부모가정’이라는 꼬리표는 교사가 되자 오히려 아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통로가 됐다. “한쪽 부모님이 계시지 않거나 조부모와 생활화는 아이들은 선생님도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다는 걸 알고 나서 마음을 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이씨는 “나한테 온 시련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갑자기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고 심리적 충격과 외로움을 느낄 아이들을 위해 전문성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한 이씨는 대학원에서 상담교육을 전공했다. 또 아이들이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레크리에이션 자격증까지 땄다.

돈버는 것보다 공부 응원 ‘교사 꿈’ 이뤄

한부모 아이들 꿈과 용기 심어주며 보람



이씨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가운데도 현재 자신의 삶이 힘겨워 꿈 자체를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은 물론 밥해줄 사람도 없이 혼자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 꿈이라는 것은 현실의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돌멩이처럼 무겁고 손댈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그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이며, 교사인 제가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꿈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운동선수가 꿈인 아이들과는 날마다 운동을 하거나 등산을 함께 가고 가수가 꿈인 아이들은 봉사활동에서 합창을 하며 좋아하는 일을 할 기회를 만들어준다”며 “아픔 때문에 일탈하는 아이들이 결국 공허함에 빠지게 되니 우리 모두 그런 아이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 가라앉은 꿈을 건져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부모가정 자녀들에게는 엄마 혹은 아빠와 자주 소통하고 마음을 표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그 시절 힘들고 바쁜 와중에도 엄마와 끊임없이 대화를 했다”며 “예전에는 엄마의 이야기도 더 잘 들어드리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했는데 요새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기도 하고 엄마도 심장병으로 편찮으셔서 이야기를 많이 못해 속상하고 아쉽다. 할 수 있을 때 엄마에 대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표현하면 좋겠다는 게 제가 가진 작은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이규인씨가 손글씨로 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사진제공=이규인씨


[전문] 이규인 씨의 ‘사랑하는 우리 엄마’ 편지글

사랑하는 엄마!



오늘의 엄마 심장은 어때요?

밤새 통증과 고통으로 뜬 눈으로 또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진 않으셨어요?

“남들은 친정 엄마가 맛있는 밑반찬도 해 준다는데 우리 딸은 엄마가 이렇게 누워만 있어서 어째?”라고 하시는 엄마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마치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한숨 가라앉으며 오늘따라 제 머릿속은 엄마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엄마! 엄마가 내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고 아니 오히려 짐이 된다는 걱정은 하지 말아주세요. 엄마의 심장병은 오랜 시간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라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모진 풍파로부터 우리 두 남매를 지켜내느라 생긴 거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아픈 아빠를 살리기 위해 큰 병원 중환자실에서 1년 넘게 간병인 없이 홀로 힘겨운 싸움을 하다가 아빠와 가슴 아픈 이별 하고도 마음껏 울지 못하고 일터로 나가던 엄마의 가녀린 어깨를 25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요. 새벽이면 고3, 중3인 저와 동생의 도시락을 싸놓고 엄마는 남편 잃은 슬픔에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고 새벽 버스에 몸을 싣고 한 시간 넘는 회사를 출근하던 엄마의 쓸쓸한 얼굴! 밤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집에 들어와 커다란 자동차 부품을 들어 올리느라 가녀린 허리 한 번 뉘이지 못하고 밀린 빨래와 집안일 하느라 새벽에 간신히 새우잠 주무시던 엄마의 지친 뒷모습! 주말이면 인근 공장의 청소 아르바이트까지 하시며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쉼 없이 달려온 25년의 세월! 힘든 일이라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견디기 고단한 세월 속에서도 다리 깁스를 하고도 단 하루의 결근 없이 성실함으로 살아온 시간들! 어려운 가정 형편이라 과외는커녕 문제집 한 권 살 형편이 못 되었지만 엄마가 묵묵히 삶을 견디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배운 덕분에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 겨우 겨우 4년 대학생활을 마치고 저의 간절한 꿈이던 교단에 설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 반 아이 중 엄마가 안 계셔서 아빠랑 지내는 딱한 사정을 아시고는,

“그 아이 잘 해줘라! 너희 반 아이들 모두 네 자식이라 생각하고 너무 표나게 마음 쓰면 못 쓴다. 다른 아이들하고 똑같이 해주면서, 몸 아픈 데는 없는지, 마음 아픈 데는 없는지 잘 살펴줘라!” 하시며 그 아이 주라고 손수 밑반찬 만들어주시던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에 퇴근 후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마트에 들러 간단한 반찬거리 사서 상 차려 함께 먹기도 하고 먼 곳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가 집에 오지 못하시는 날은 아침 일찍 아이 집 앞에서 기다리다 함께 등교하기도 했었지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 편견 없이 대해주거라. 부모 둘이서 아이 키우기도 벅찬 세상에 혼자되어 아이 키우는 부모 심정이 오죽할까! 애들 잘 해주고 잘 품어주어 부모가 애들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네가 조금 더 마음 쓰면 좋겠다!”

엄마는 늘 제게 그 아이 잘 있느냐, 아프지 않느냐 안부를 물어주셨고, 덕분에 저도 그 아이를 편견 없이 학교에서는 제가 부모라는 마음으로 살뜰히 챙길 수 있었어요.

어쩌면 엄마는 홀로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감당해야 했던 힘든 시간들을 지내오셨기에 진심 어린 충고를 제게 아끼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그동안 엄마의 어깨가 얼마나 무겁고 힘겨운지 이제야 조금 엄마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살면서 부모님은 모두 살아 계시냐는 질문이 제게는 가장 가슴 아팠어요. 그저 아버지가 남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것뿐인데 마치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었던 아이인 것처럼, 그리고 지금은 아버지가 아예 없는 사람인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늘 가슴에 먹먹했어요. 먼저 하늘로 떠나셔서 단지 지금 같이 살지 못하는 것뿐, 아버지는 늘 안 계신 것이 아니라 제 마음에 살아계신데 사람들은 왜 나를 아빠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는지, 저는 늘 마음이 아프고 괜히 주눅이 들곤 했어요.

집안의 가정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공부를 그만두어야 하나 걱정과 고민이 많았지만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과 노력 덕분에 저는 선생님이 될 수 있었어요. 한때는 저도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온 걸까 마음으로 많이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혼자지만 아빠 몫까지 사랑을 베풀어준 엄마를 떠올리며 그 힘든 순간들을 견딜 수 있었어요. 엄마, 제게 미안하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아빠 몫까지 사랑해주셔서 엄마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디며 사셔서 이제는 많이 편찮으신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아파요.

“이 선생, 어머니께 잘 해드려! 어머니 혼자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겠어. 어머니가 결혼식 내내 울고 계셔서 내 마음이 다 아프더라고!”

홀로 되신 엄마를 두고 결혼하는 것이 마음에 결려서 결혼을 꿈도 못 꾸고 있다가 서른 중반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던 날, 행여 엄마가 우실까 축가도 직접 부르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춤까지 덩실덩실 추었지만 정작 엄마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셨고 주례 선생님은 예쁜 얼굴의 엄마가 온갖 힘겨운 일들을 견뎌내느라 주름진 엄마의 슬픔을 읽어내시고는 제게 당부를 하셨어요.

없는 형편에 행색이 남루하여 아빠 없는 아이들이라 지청구 들을까봐 늦은 밤 손 빨래로 하얗게 깨끗이 빨아 다림질까지 해주셔서 늘 빳빳한 옷가지 챙겨주시던 엄마의 정성, 새 책을 살 돈이 없어서 집에서 버스로 한 시간이나 떨어진 헌책방에서 참고서를 사다가 지우개로 문제 푼 흔적을 지우느라 밤을 지새우시던 엄마의 사랑을 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너무 가난해서 동사무소에서 지원해주는 쌀로 밥을 해 먹을 만큼 어려웠지만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어요. 엄마의 사랑을 마음으로 기억한 저는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엄마 같은 선생님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엄마의 딸로 살아온 지난 세월 제게는 큰 행복이고 기쁨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딸이라 저는 너무 행복해요.

사랑해요. 엄마!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