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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물폭탄 이번엔…" 기상청 날씨 예보는 왜 자주 빗나갈까

매년 장마철 기상청 오보…'오보청·중계청' 뭇매

"기상청 체육대회때마다 비온다" 괴담퍼져

정부자산 '최고가' 슈퍼컴퓨터 4호기 보유…세계 최고 성능 자랑

날씨 예보 정확도 높이려면 '관측데이터·날씨예측프로그램·예보관 역량' 핵심





문제, 날씨와 기후를 조사 및 관찰해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기관은?

정식 명칭 대신 중계청 등의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 정부 기관, 바로 기상청입니다.



특히 매년 장마철이 되면 예보 대신 스포츠 경기처럼 날씨를 실시간으로 중계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죠. 웃프게도 이 때문에 기상청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상청은 체육대회를 할 때마다 비가 내린다”는 괴담이죠. 기상청 직원들이 자신들의 체육대회 날씨조차 못 맞춘다는 말입니다.

어김없이 올해도 기상청은 장마 예보를 하고 또 오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달 29일 남부지방에 “최고 300㎜ 비가 온다”고 예보했으나 사실상 거의 오지 않았죠. 이 날 기상청의 오보로 제주지역 골프장들은 수십 건의 예약 취소 등 영업 피해를 입었고 화가 난 일부 골프장은 기상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기상청이 정부 자산 중 가장 비싼 장비를 갖추고 있어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심지어 세계 최고 성능이라 불리는 슈퍼컴퓨터를 갖추고도 왜 우리나라 기상청은 날씨를 못 맞추는 걸까요?



◇기상청은 어쩌다 ‘오보청·중계청’이 됐을까

기상청은 전국 곳곳에 세워진 관측소와 장비들로부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기후를 관측합니다. 구체적으로 지상관측소 588개, 고층기상관측소 15개, 해양관측소 113개, 해양기상관측선 1척, 기상레이더 10개소, 낙뢰관측장비 21개소, 항공기상관측장비 8개소, 지진관측장비 156개소 등을 구축하고 있죠.

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필요한 장비가 바로 ‘슈퍼컴퓨터’입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처음 일본 업체(NEC)로부터 200억을 주고 슈퍼컴퓨터 1호기를 도입한 이후 5년 주기로 슈퍼컴퓨터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장비를 교체했으며 현재는 미국 크레이사의 약 532억 원짜리 4호기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죠.

4호기는 48억 명이 1년간 계산할 양을 1초 만에 처리할 정도의 성능을 자랑하는데요. 실제로 기상청이 슈퍼컴퓨터 4호기를 들여오던 당시 “수치예보가 20% 더 정확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날씨 예보가 빗나간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최근 국정감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됐죠.

특히 2017년 국정감사 땐 인공위성 천리안 1호가 보내주는 기상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 논란이 됐습니다. 천리안 1호는 2010년 날씨 예보에 활용하는데 활용하기 위해 기상청이 쏘아올린 위성인데도 말이죠. 또 천리안 1호를 비롯한 20개 해외위성 관측자료를 전송받는데에 속도가 느린 일반회선을 이용한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파일 수신 지연문제로 902개 기상 관측 파일 중 24개 파일이 미수신 처리됐는데도 기상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뭇매를 맞기도 했죠.

설상가상으로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를 한 결과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아 불명예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여기다가 지난해 국감땐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유무 적중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46%였다는 자료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불신’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죠.

물론 그때마다 기상청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해명하긴 했습니다. 수시로 고장 나는 장비 수리에 대한 예산 부족, 기술 개발 부족, 인력 부족 등. 최근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했죠.





이처럼 매년 장마 시즌이면 반복되는 기상청 오보에 결국 답답한 국민들은 미국·일본·영국 등 외국 기상청에서 국내 예보를 찾는 등 ‘기상 망명족’을 자처하며 스스로 날씨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말 날씨는 그 어떤 뛰어난 장비로도 맞출 수 없는 신의 영역인걸까요?

◇기상청 날씨예보가 빗나가는 ‘3가지 이유’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날씨 예보 정확도에 미치는 요소는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관측 데이터’와 날씨를 예측하는 ‘슈퍼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성능’ 그리고 ‘예보관 역량’이죠.

우선 날씨 예측을 위해 가장 선행되는 관측되는 데이터에서 오차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날씨를 예보하려면 해당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측된 데이터들도 반드시 필요한데요. 공기가 전 지구를 둘러싸고 돌면서 지역에 따라 각종 기상현상을 일으키고 또 각 지역의 기상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죠. 방대하고 정확한 데이터들을 모아 1차적으로 날씨 예보를 내리는 겁니다.

다만 아무리 리얼하고 입체적으로 지구를 관측한다 해도 현재 자연과 비슷한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실제 자연은 아닙니다. 즉 모든 예보는 관측에서 출발을 하지만 출발부터 완벽하지 않은 자료 즉, 오차를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이때문에 인공위성과 레이더 등 별별 장비를 동원해도 관측 자료의 부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기에 ‘예측 실패’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두 번째, 관측 데이터들을 모아 심층 분석하는 슈퍼컴퓨터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슈퍼컴퓨터에 깔린 소프트웨어 ‘수치예보모델’의 문제죠. 수치예보모델은 각종 관측 자료와 뉴턴의 운동 법칙 등 자연과 관련된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 미래의 대기 상태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앞서 말했던 관측 자료는 전 세계가 서로 무료로 주고받기 때문에 국가별로 정보 수준은 비슷한데요. 다만 전 지구 대기 상태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의 성능은 국가별로 천차만별입니다. 전 지구 기상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한 나라(2019년 기준)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캐나다, 러시아 등 8개국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 지구 수치예보모델이 없는 상황이죠. 대신 슈퍼컴퓨터가 도입된 2000년부터 일본의 수치예보모델을 사용해왔고 2010년부터는 세계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영국 기상청의 수치예보모델(UM)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영국 맞춤형이다 보니 한국의 지형적 조건에는 맞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겠죠.

마지막으로 날씨 예보 과정의 총 지휘자인 ‘예보관의 역량’을 들 수 있는데요.



기상청에 따르면 날씨 예보의 단계별 역할 비중이 슈퍼컴퓨터의 예보 40%, 관측 자료 32%, 마지막 예보관의 판단이 28% 정도 차지한다고 합니다. 예보관은 모든 관측 자료와 결과값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 매일 날씨를 예측하죠.

특히 매 순간 변하는 날씨를 체크하기 위해 365일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날씨 변화를 감시하고 분석합니다.

예보관이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무엇보다 날씨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요. 최근 지구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관측 자료가 부족하거나 오차가 높은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해 예보관의 역량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죠.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예보관 교육을 강화해 전문예보관을 육성해도 모자랄 판에 한국의 예보관들은 12시간 반복 교대근무와 잦은 순환보직 시스템 탓에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 기상청 예보관실 평균 근무 경력은 최대 6년에 불과하다고 하죠.

◇‘오보 논란’ 기상청이 국민에 대처하는 자세

사정을 들여다보면 ‘날씨 오보’가 조금 이해되기도 하는데요. 사실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로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일은 그 자체가 ‘확률 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쉽지 않습니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예보 정확도를 1% 포인트 높이는데 최대 10년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영역이니까요. 또 세계 최고 성능의 기술과 장비를 쓴다 한들 인공지능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인공 기계로는 여전히 자연을 모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반타작 수준의 예보 정확도를 보며 기상청을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예보의 한계를 이해하고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상청도 언제까지나 ‘오보청’, ‘중계청’의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닙니다. 특히 오보 논란 때마다 피상적인 해명을 늘어놓기보다는 국민들이 날씨 예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예보라는 영역적 한계는 어쩔 수 없더라도 지금 시급한 건 소통을 통해 무너진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 아닐까요?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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