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3법 중 하나인 개인정보보호법안을 두고 시민단체에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개인정보 활용의 오남용 우려를 제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범위 및 요건을 명확히 하고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안은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으로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한 ‘가명정보’의 경우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개인정보에 대한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없애고 개인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폭을 넓히기 위한 ‘빅데이터 3법’ 중 하나다. 법안 발의 후 무상의료운동본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에서는 개정안이 결국 민감한 개인 의료기록과 건강정보가 대량으로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민간보험회사 등에 넘어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인권위는 개정안에서 명시한 ‘과학적 연구’의 범위가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법안 통과시 가명정보가 오남용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 주체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 주체 또는 제삼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라는 조건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시했다. 가명정보를 목적 외 이용하거나 제삼자에 제공시 반드시 공표해야 한다는 안전조치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을 두고 인권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한국이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주민등록번호 제도로 국민의 식별이 쉽고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가 이미 대량으로 유출돼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식별을 지웠지만 재식별될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인권위 측은 “정보주체의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보다 강화하고 그런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가명정보 활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법무부가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도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개정안은 수사에 필요한 경우 위치정보 추적자료 및 기지국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감청(통신제한조치)의 총 연장 기간을 1년으로 하되 내란·외환의 죄 등 국가안보에 관련된 범죄는 예외적으로 3년으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프라이버시 등 기본권을 보호하고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된 국가기관의 과도한 권한 남용을 예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