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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귀화, “지치지 않고 재미있는 일을 찾았다”

영화 ‘기방도령’ 서 육갑 역

데뷔 23년차 배우 “아직까진 지치지 않아요”

“연기는 늘 항상 새롭죠. 지치지 않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일까요. 연기 하는 시간은 늘 행복합니다.”

연기 욕심이 그 누구보다 많다고 자부하는 데뷔 23년차 배우 최귀화. 그는 “어떤 작품을 하게 되면 절대 지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만영화 ‘부산행’ ‘택시운전사’ 에 이어 ’곡성’ ‘더 킹’ ‘범죄도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등에 출연하며 굵직하고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최귀화가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그간 ‘국회의원’, ‘군인’, ‘변호사’ 등 단정하고 강단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최귀화가 이번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신선한 캐릭터 에 도전했다.





남대중 감독의 ‘기방도령’은 기방에서 태어나 기방에서 자란 허색이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이 되는 내용을 그린 코믹 사극. 극 중 최귀화는 방년 25세 고려 왕족 출신의 ‘육갑’역으로 분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범상치 않은 파격 비주얼로 특별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는 진정성 있는 코믹 연기를 위해 애드리브와 분장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의견을 나눴다. 최귀화는 “코미디를 위해 존재하는 역할로 볼 수도 있지만, 감독님과 촬영 들어가기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코미디 연기도 개연성이 있어야 관객들이 웃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뒀다.”고 말했다.

‘기방도령’에서 큰 웃음을 선사하는 ‘육갑’은 허색(이준호)과의 브로맨스, 알순(고나희)과의 아역케미, 기방의 주인 난설(예지원)과의 러브라인까지 다양하고도 완벽한 조합을 만들어내면서 ‘케미요정’으로 등극하기도.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 온 배우이지만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웃음을 주는 역할은 처음이다. 허준호 정소민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는 타이틀도 부담이 됐다.

“굉장히 부담이 됐다. 다만 연극 무대에서 그런 경험을 다년간 하다 보니까 코미디를 했을 때 재미가 있고 없고의 판단 기준은 갖고 있는 것 같다. 기자분들도 시사회 때 보니,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이더라. ”

올해로 최귀화는 데뷔 23년차 배우다. 연극 무대에서 기초를 다진 그는 오랜 무명 시절을 보냈다. 드라마 ‘미생’(2014)의 박대리를 연기하며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그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비를 충당했던 그는 ‘미생’ 이후 다양한 매체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연극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절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면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연기가 좋아 극단에 들어갔다. 그 마음은 변함없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서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단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한 번도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아빠가 되고, 생계를 걱정하면서 연기가 재미가 없어지더라. 하지만 그 순간을 잘 이겨냈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아빠로서의 삶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배우로서의 삶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최귀화. 그는 아내와도 자신의 결단에 대해 상의를 했다고 했다. 고향에 내려가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에 내려갈 준비까지 다 했던 것.

현실이란 벽 앞에서 잠시 좌절하긴 했지만, 최귀화는 연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만두는 게 자존심 상했다는 답을 내 놓았다. ‘미생’이란 행운은 그에게 찾아왔다.



“더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많이 보려 다녔다. 그러다가 ‘미생’에 출연하게 됐다. 어떻게 해야 연기를 더 잘할까. 부족한 건 뭘까 고민하는 건 여전하다.”

’미생’이 그를 배우의 길을 더 열심히 걸어갈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줬다면, 영화 ‘택시운전사’(2017)는 배우 최귀화의 터닝포인트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미생’‘부산행’ ‘곡성’ 등에서 사람 냄새 나는 일반적인 역할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원래 시민군 역으로 오디션을 보러갔지만, 장훈 감독이 악역을 해보라고 제안해서 사복경찰로 합류하게 됐다.

“그때 장훈 감독님이 ‘미생’ ‘곡성’을 잘 봤다고 하시면서, 악역으로 캐스팅했다. 그러면서 그쪽 연기에서 탈피하게 된 것 같다. 제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그는 다작 배우로 꼽힌다. 스스로는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않아 인지도가 낮다고 했다. 조용히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고 하자, “왜 조용히 응원하느냐. 앞으로 나와서 응원해줘도 좋다”며 특유의 미소와 함께 유머를 날린다.

“지금도 내가 대단히 잘됐구나 생각하지 않는다. 마케팅 팀에서 인지도 조사를 할 때도 저에 대해 인지도가 크지 않았다고 들었다. 최근에 작품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줄여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귀화의 인생철학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럴까. 그는 20년이 넘게 해온 배우 일을 ‘행복한 시간’으로 표현했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지치지 않고 오래 갈 수 있다. 연극 배우 시절, 수입이 없으니까 힘들지 않냐고 질문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힘들지 않았다. 돈 10만 원도 손에 쥐기 어려웠지만,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지금까지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연기’이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큰 욕심보단 지금처럼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편, 최귀화는 케이블채널 OCN ‘달리는 조사관’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판씨네마]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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