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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몰래 들여오는 자, 뒤쫓는 자, 살펴보는 자…피할수 없는 세금 추격전

■휴가철 앞둔 인천공항세관 현장에선

해외 신용카드 내역 실시간 수신

면세품 내역 등 여행자정보 파악

라벨 떼고 쓰던 제품인 척 안 통해

사복요원, 수상한 사람 전면 마크

X레이 검사서 의심 물품 발견땐

노란색 전자태그 붙여 신고 유도

이달 말부터 3주 동안 집중검사

"삼중방어로 밀반입 사실상 불가

40% 가산세 피하려면 자진신고를"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세관검사장에서 인천세관 직원들이 면세한도 초과 물품, 반입금지 물품 등을 X레이 검색기를 이용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영종도=이호재기자






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입국장 C구역. 중국 옌타이에서 도착한 제주항공 7C8702편에서 내린 승객들이 위탁수하물을 찾아 나오기 시작했다. 출구에서 기다리던 인천본부세관 공항휴대품 검사 직원이 여행객들을 한 줄로 세웠다. “한 줄로 차례차례 서주세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일제검사의 시작이다. 일제검사란 항공편 전체 승객을 대상으로 기내 휴대물품을 검사하는 작업이다.

갑작스러운 일제검사에 일부 승객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세관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순서대로 검사에 임했다. 세관 직원들은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한 가방들을 하나씩 집중 검사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열어주세요.” “담배를 이렇게 많이 가지고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일단 유치할 테니 나중에 절차를 밟아 찾아가세요.” 한 중국인 관광객은 머리핀 등 액세서리를 뭉치로 가지고 들어오다 적발됐다.

검사에서 수거된 물품들은 인천세관 보세품 유치창고로 옮겨진다. 창고에는 가방·시계·담배 등 면세품부터 각종 약재·향신료 등 식재료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빼곡하게 보관돼 있었다. 선반마다 물품이 가득했고 자리가 모자라 상자가 바닥까지 차지했다. 한쪽 구석에는 중국 등지에서 들여온 약재와 식재료가 커다란 비닐포대로 포장돼 겹겹이 쌓여 있었다. 검역대상 물품들이다. 창고에서 일하는 한 세관 직원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식료품 검역을 더욱 철저하게 하는 편”이라며 “찾아가지 않는 식료품은 한꺼번에 모아서 폐기 처분한다”고 말했다. 폐기처리 전문업체까지 따로 있다고 한다.

가방·핸드백·시계·액세서리 등 공산품은 보관기간인 최대 60일 이내에 찾아가지 않으면 공매처분된다. 물론 유치된 면세 초과 물품에 대해서는 세금과 함께 가산세가 부과된다. 세관은 납부세액의 40%(2년 이내 2회 넘어서면 60%)를 가산세로 부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가가 아닐 경우 찾아가지 않는 물품도 많다. 세관 직원은 “아직도 (검사에서)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그만이라는 식의 여행객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세관검사장에서 인천세관 직원들이 면세 한도 초과물품, 반입금지물품 등을 유치하고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인천세관 보세품 유치창고 면세한도 초과 물품과 반입금지 물품들이 쌓여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여행객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1인당 면세한도인 600달러를 초과해 반입한 휴대품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해외 여행객의 면세한도 초과 휴대품 반입 규모는 2015년 1,197억9,000만원, 2016년 1,333억5,000만원, 2017년 1,743억6,000만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는 2,641억8,000만원으로 처음 2,000억원을 넘어섰다. 여행객 스스로 면세한도 초과 물품을 신고하는 자진 신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이 워낙 철저하게 검사를 하는데다 2015년부터 자진 신고자에게 15만원 한도로 세액의 30%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시행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휴대품 관세통관 품목별 순위를 보면 해외 명품 핸드백과 명품 시계가 부동의 1·2위다. 해외를 다녀오는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구매해서 들고 오는 품목이 명품 핸드백과 시계라는 얘기다. 지난해 명품 핸드백 통관 건수는 11만5,253건(1,505억원)이었고 명품 시계는 2만6,846건(404억원)이었다. 세관 직원은 “명품 가방과 시계는 신고하지 않고 들어오면 대부분 적발된다”며 “가산세까지 물기 전에 자진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관은 어떻게 자진 신고되지 않은 명품 가방과 시계를 적발할까. 인천본부세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440여명. 인천국제공항 T1·T2 터미널로 들어오는 비행기는 하루 평균 500여대(6월 기준)에 달한다.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에는 비행기 편수가 더 늘어난다. 세관 직원들이 잠을 자지 않고 교대 없이 24시간 주야로 검사한다고 해도 모두 잡아내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제품 라벨을 뗀 가방은 손에 들고 시계는 손목에 차면 웬만해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여행객이 입국장을 통과할 때 사용 중인 제품이라고 우기면서 종종 시비가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발 비결은 3~4단계에 걸친 철통 검사 시스템이다. 1단계는 ‘여행자정보 사전확인 시스템(APIS)’이다. 해외에서 비행기가 출발하면 승객 명부가 세관으로 송부된다. 승객 정보에는 여행 횟수와 수하물 소지 여부 및 개수, 면세품 구매 정보까지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이와 별도로 해외 신용카드 구매내용을 금융회사에서 실시간으로 받는다. 검찰과 경찰의 범죄 정보, 국세청과 관세청에서 관리 중인 국세·관세 체납자 정보 등 모든 정보가 세관으로 모인다. 세관 직원은 “APIS에서 확인된 면세품 구매 정보 등을 토대로 면세 초과자와 우범 여행자를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세관의 비장의 무기는 사복 근무 직원인 ‘로버(Rover)’다. 휴대품 검사 8개 과마다 4~5명의 로버가 주야로 순환 근무한다. 로버는 랜덤으로 입국장을 돌아다니면서 여행객의 동태를 살핀다. 지난 6월에는 히잡을 쓴 채 입국장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여행자가 로버에 적발돼 수하물 검사를 요구받자 도주하기도 했다. 붙잡아 검사해보니 1,000갑이 넘는 담배가 가방에 담겨 있었다.

비행기를 통해 운반되는 위탁수하물은 X레이 검사를 통해 대부분 식별된다. 반입금지 물품이나 면세한도 초과 물품 등 의심 물품이 담긴 수하물에는 노란·파란·주황·빨간색 등 총 네 종류의 전자태그가 부착된다. 노란색 태그는 면세한도 초과 물품이 담겨 있음을 알려준다. 만일 물품을 신고하지 않고 그대로 입국장을 통과할 경우 커다란 경고음이 울리게 된다. 7월 초에는 싱가포르를 다녀오던 한국인 여행객이 전자태그가 부착된 가방에서 다른 가방으로 물품을 옮겨 담다 현장에서 로버에게 덜미가 잡혔다. 이 여행자는 사슴 태반 성분 캡슐 315통을 신고 없이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면세한도 초과 물품이 담긴 위탁수하물에 노란색 전자태그가 달려 있다./사진제공=관세청


인천공항세관이 1년 중 가장 바빠지는 시기가 다가온다. 세관은 여름철 해외여행 성수기를 맞아 7월29일부터 8월16일까지 3주 동안 휴대물품 집중검사를 시작한다. 명품 구매가 많은 지역인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과 홍콩, 신혼여행지인 하와이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집중검사 대상이다. 집중검사 기간에는 평소보다 휴대품 검사가 더 강화되는 만큼 자진 신고가 바람직해 보인다. /김정곤 논설위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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