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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야당은 입이 무기라지만…

방진혁 정치부기자





처음에는 두 귀를 의심했다. “걸레질을 하는 구만, 걸레질을 해.” 지금은 사퇴한 한선교 전 사무총장이 지난 6월 기자들이 ‘백브리핑’을 받아 적기 위해 앉은 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기자 옆을 지나치며 작은 목소리로 한 말이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당의 막말 논란에 대해 경고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 전 사무총장은 “자신이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전했다. 논란에 휩싸인 그는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퇴했다.

논란은 또 벌어졌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15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순신’ 발언에 대해 댓글을 인용하며 “어찌 보면 문 대통령이 낫다더라, 세월호 한 척 갖고 이긴”이라고 말했다. 참석자 몇몇은 고개를 젖힐 정도로 웃기도 했고 일부는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정 최고위원은 17일 “제가 소개한 댓글은 결국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반박했다. 진의가 그랬다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대안 있는 비판을 했어야 한다. 그런 말 없이 회의에서 자기들끼리 키득대는 모습에 국민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황 대표의 입단속에 “야당은 입이 무기, 여당은 돈이 무기”라고 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이 정권의 총선전략은 금풍(金風)”이라고 한 것처럼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는 여당의 총선전략은 야당보다 다양하다. 당 수입에 있어서도 지난해 민주당의 당비 수입은 약 385억원인데 비해 한국당은 154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의석수는 엇비슷하지만 수입은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일각에서는 야당만 막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도 항변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실제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월 한국당에 “도둑놈에게 국회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막말 논란이 단발성으로 그친 데 비해 한국당은 ‘실수’했던 사람이 또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다. 이쯤 되면 의도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정두언 전 의원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종종 따끔한 비판을 하셨지만, 사실을 왜곡하는 중상이나 할퀴고 후벼 파는 식의 비방이 아니어서 성찰의 기회로 삼았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막말이 아닌 비판을 할 때 입은 무기가 된다. 정 전 의원 같은 논리적인 비판을 한국당에 기대해본다.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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