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소프라노 엘사 드레이지(28)가 아시아 무대에 데뷔한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열 번째 마스터시리즈 ‘마시모 자네티 & 엘사 드레이지’를 통해서다. 공연은 오는 19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과 20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드레이지는 17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기필 예술감독인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경기필에 대해 젊은 오케스트라이자 음악적으로도 많은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오케스트라라고 설명했다”며 “자네티가 이 특별함을 직접 경험해보라고 제안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무대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드레이지는 자네티에 대해 “성악가를 아끼는 지휘자로, 함께 작업할 때 편안하게 해주는 분”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드레이지는 세계 최고의 성악 콩쿠르 중 하나이자 플라시도 도밍고가 만든 콩쿠르인 오페랄리아(Operalia)에서 2016년 최고의 여성 가수 1등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올해의 젊은 오페라 가수상’을 받는 등 현재 유럽에서 가장 떠오르는 신예다. 그는 “무대에 있을 때 이야기를 전한다는 느낌으로 노래하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며 미소 지었다.
드레이지는 이번 공연의 1부에서는 슈트라우스의 ‘아폴로 여사제의 노래’와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2부에서 말러 교향곡 4번에서 4악장을 노래할 예정이다. 드레이지는 “‘아폴로 여사제의 노래’는 자네티가 제시한 곡”이라며 “슈트라우스가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쓰기 50년 전에 쓴 곡인 만큼 그가 음악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지 한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공연하는 것이 처음인 드레이지에게 한국의 첫인상에 대해 묻자 “잘 모르지만 한국 영화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나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봤다”고 답했다. 또 “한국에는 나무가 많고 고층 빌딩과 작은 빌딩이 섞여 있는 것이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의 목소리가 머무르지 않고 계속 변하는 것처럼 성악가도 레퍼토리를 바꿔야 한다”며 “제 목소리가 항상 흥미로운 목소리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소프라노는 10년 정도 유명세를 타다가 젊은 신예 소프라노에게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목소리를 항상 새롭게 하고, 처음 배우는 것 같은 자세로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도전과제라는 것이다.
드레이지는 음악가의 자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연주가가 자아도취에 빠지면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방해하는 만큼 음악에 대한 겸손함, 신뢰가 중요하다”며 “무대에서는 성악가나 지휘자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그 무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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