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된다는 말도 들었다"…가사도우미 자녀, '김준기 전 회장 법정에' 국민청원

김준기 전 동부(현 DB)그룹 회장/연합뉴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 전 회장을 즉각 체포해 수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김 전 회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가사도우미의 자녀라고 주장하는 A씨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김 전 회장을 법정에 세워달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고발 이후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인 가해자와 수사기관의 미적지근한 대응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김 전 회장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게 됐고 이후 김 전 회장의 성추행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처음에는 김준기가 노골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기분 나쁜 성추행 행동들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차가운 눈빛을 하면 ‘아이쿠! 미안해’라 얼버무렸다”며 “이런 일들을 관리인에게 울면서 말하기도 했지만 회장님이 서민적이고 워낙 장난을 좋아해서 그렇지 나쁜 의도는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A씨는 “김준기는 일본의 음란물 비디오와 책을 구입했고 이를 시청했다. 어머니에게 음란물 내용을 말하기도 하는 등의 소리를 늘어놓았다”며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성적인 도착증이 매우 심해 보였다고 한다”고 시간이 갈수록 성추행의 정도가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김 전 회장이)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당하는 걸 제일 원하는 거야 ’라는 사회지도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여성관을 담은 말들을 하기도 했다”고 썼다.



A씨는 김 전 회장의 범행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어났고 어머니는 자포자기의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준기 전 동부(현 DB)그룹 회장/연합뉴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김 전 회장의 집을 나온 뒤 회유를 당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A씨는 “김준기와 하수인들은 어머니와 관련 없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며 “어머니기 저에게 김준기 집에서 당했던 일들을 말하며 법으로 할 수 있게 도와달라 했다. 고소를 하면 미국에 있는 김준기를 데려와 금방이라도 법정에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김 전 회장은) 경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막강한 재력을 이용해 여권이 무효화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호의호식하며 지냈다. 어머니가 그 집을 나오며 ‘정치인이나 공무원은 고발당하면 끝이지만, 경제인들은 그냥 잊혀질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며 “저희 가족이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김준기가 즉시 귀국하여 수사받고 법정에 서는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김준기를 체포해달라”며 “제발 저희를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성추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자신의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저항하는 비서에게 “너는 내 소유물이다”, “반항하지 말라”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개인적인 문제로 회사에 짐이 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에서 전격 사퇴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DB그룹 측은 “김 전 회장이 이미 물러난 상황에서 그룹 차원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경찰은 외교부와 공조해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린 상태다. 경찰 측은 최근 김 전 회장의 미국 거주지를 파악했지만 김 전 회장이 치료를 이유로 6개월마다 체류 연장 신청서를 갱신하고 있어 체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경훈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