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8년 전 정 전 의원이 작성한 ‘가상 유언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1년 종합문예지 ‘한국문인’의 ‘못다한 이야기 종이배에 싣고’라는 코너를 통해 자신의 ‘가상 유언장’을 기고했다.
A4용지 한장 반 분량의 이 가상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치열했던 인생, 부모님에 대한 후회 등이 담겼다. 당시 재선 의원이었던 정 전 의원은 정치 입문에 대한 회의감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OO, OO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라는 가상 유언장 시작 부분에서 자녀들을 향해 “너희는 참 마음이 비단결같이 고운 사람들이다. 아빠도 원래는 그랬는데, 정치라는 거칠디거친 직업 때문에 많이 상하고 나빠졌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너희도 가급적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늘 권력의 정상을 향해서 가야하니까.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 참 힘들다”고 말을 이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아빠가 이 세상에서 너희를 제일 사랑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었다”며 “너희가 있어 나는 늘 행복했고, 너희가 없었으면 내 인생은? 글쎄?”라고 자녀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전했다.
그는 또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난 너무 완벽한 인생, 후회 없는 인생을 추구해왔다”면서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일인 걸 알았지만, 결코 포기가 안 되더구나. 그 덕분에 내 인생은 너무 고달팠던 것 같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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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전 의원은 이어 “막상 눈을 감으려니 후회가 되는 일도 많다. 솔직히 난 우리 부모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하늘나라에 가서 만나게 되면 부모님께 사과도 받고 사죄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의 자택에서는 그가 남긴 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정 전 의원의 사망에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부검을 따로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7일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족의 뜻도 존중해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날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현장감식 결과와 검시, 유족 진술 등을 종합해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의 빈소는 이날 오전 9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이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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