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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종교인과세 해 보니. 문제 있지만 ‘득’도 많다.

안의식 탐사기획팀장

중대형교회 목사 거부감 크지만

저소득 종교인 복지혜택 도움도

일부 비과세 '활동비 꼼수'에도

종교인·종교재정 투명화 기대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종교인과세 확대시행이 1년 반 정도 지났다. 소득신고와 소득세 납부의 한 사이클이 지난 셈이다.

물론 종교인 소득세 납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60년대 영락교회 고(故) 한경직 목사가 스스로 소득세를 내기 시작한 후 1990년대 초부터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에서 ‘목회자 납세운동’을 펼쳐 그 확산을 도왔다. 천주교 역시 1994년 주교회의 결의에 따라 1995년부터 사제들의 근로소득세 원천징수가 시작됐다.

그럼에도 이번 종교인과세 확대 실시가 의미 있는 것은 먼저 법에 명확히 과세의무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진납세가 아니라 ‘내야만 하는 세금’이 된 것이다.

그럼 종교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천주교와 불교 조계종은 중앙에서 일괄 관리한다. 따라서 개별 사제나 스님들이 느끼는 납세 체감도는 낮다. 반면 기독교는 각 교회의 목회자들이 직접 납부하기 때문에 느끼는 감이 다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빛과소금교회의 신동식 목사는 “솔직히 종교인과세 논쟁이 한창일 때만 해도 많은 목사가 ‘정부가 교회재정을 직접 들여다보고 감시,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오히려 감사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한다. 이유는 상당수 교회 목회자들의 급여가 낮아 소득을 신고해도 세금낼 것은 거의 없거나 적은 반면 소득신고로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신 목사는 “주변에서 세금을 낼 만한 소득 이상을 받는 목회자들은 10명 중 1~2명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중대형교회 목사들은 솔직히 거부감을 내비친다. 출석교인 1,000명 안팎인 경기도의 한 중형교회 담임목사는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내려니 사실상 소득이 줄어든 셈”이라며 “그렇다고 교회에서 보전해 주지도 않는다”고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기독교계 주변에서는 1,000명 내외 출석교인이 있는 교회 목회자의 경우 월 급여가 500만~600만원 정도 되고 이 경우 세금이 연 200만~400만원 정도 나올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래서 일부 교회에서는 비과세인 목회활동비를 올리고 목사 월급인 사례비를 낮추는 곳도 있다. 세금을 적게 내려는 꼼수인 셈이다. 몇몇 교회는 목사 소득세를 교회에서 대신 내주는 곳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목회활동비다. 비과세로 일종의 특별활동비다. 증빙도 필요 없다.

하지만 경남 양산중앙교회의 정지훈 담임목사는 이 같은 꼼수로 목회자들의 세금 문제가 처리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 목사는 “가뜩이나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해지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세금을 줄이려고 꼼수를 부린다면 불신자들에게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는 목회자이면서 동시에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에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양산중앙교회는 담임목사는 물론 모든 부교역자들과 직원들이 근로소득으로 신고한다. 4대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정 목사는 “나도 근로에 대한 대가로 사례비를 받는 만큼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 30만원의 목회활동비는 현금으로 받지 않고 교회 체크카드 계좌로 받는다. 이렇게 하면 어디에 사용하는지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만큼 사적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종교인들이 소득을 신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증빙이 필요 없는 종교활동비 역시 문제가 많지만 여하튼 금액은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먼저는 종교인 재정의 투명화, 나아가서는 종교재정의 투명화로 나아가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의 정립과 발전에도 큰 계기가 됐다. 그간 사회적 관심대상에서 멀리 있던 저소득 종교인들의 극심한 생활고 역시 이번 소득신고와 각종 장려금 혜택으로 완화될 수 있다면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또 하나의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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