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윔블던에서 맞붙었던 로저 페더러(38·스위스)와 라파엘 나달(33·스페인)의 당시 사진을 보면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둘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2008년 세계랭킹 1위를 다퉜던 페더러와 나달은 지금도 각각 ‘황제’와 ‘천재’ 별명을 유지하며 톱 랭커로 테니스계를 주름잡고 있다.
최고 흥행카드인 페더러·나달 빅매치가 윔블던(총상금 약 558억원)에서 11년 만에 성사됐다. 세계 3위 페더러와 세계 2위 나달은 12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대회 남자단식 4강전을 벌인다. 둘은 지금까지 39차례 맞대결을 벌여왔지만 윔블던에서 격돌하기는 2008년 결승 이후 처음이다. 당시 결승에서는 나달이 3대2로 이겨 생애 첫 윔블던 트로피를 들었고 페더러는 윔블던 6연패 문턱에서 돌아섰다. 현지시각 오후2시35분에 시작된 경기가 기록적인 접전과 비로 인한 몇 차례 중단을 거쳐 오후9시16분에야 끝났다. 마지막 세트를 9대7로 끝낸 나달은 그대로 코트에 드러누웠다.
이번 대회 8강에서 페더러는 니시코리 게이(7위·일본)를 3대1(4대6 6대1 6대4 6대4)로 눌렀다. 나달은 샘 퀘리(65위·미국)를 3대0(7대5 6대2 6대2)으로 돌려세웠다. 상대전적은 24승15패로 나달이 페더러보다 9번 더 이겼다. 이번이 통산 40번째 맞대결이다. 39번째인 지난달 프랑스오픈 4강에서는 클레이코트 최강 나달이 3대0으로 이겼다. 나달은 페더러를 잡고 윔블던 우승까지 달릴 경우 메이저대회 통산 19회 우승으로 페더러의 20회 정상 기록에 턱밑까지 따라붙는다.
윔블던에서는 페더러가 2승1패로 우세했고 메이저대회 13차례 대결에서는 10승3패로 나달의 우위다. 나달은 “페더러와의 대결은 항상 특별한 느낌이다. 윔블던 코트에서 그를 11년 만에 다시 만나게 돼 흥분된다”며 “그것은 내게 큰 의미이고 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페더러는 이번 8강전 승리로 윔블던 통산 100승이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단일 메이저 남자단식 본선 100승은 최초 기록이다. 페더러는 “2008·2009년에 사람들은 ‘이제 마지막이겠구나’ 했지만 나는 지금도 여기 그대로 있다”며 “잔디 코트 특성에 맞게 공격적으로 나가겠다”고 준결승 각오를 밝혔다. 또 다른 4강 대진은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와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22위·스페인)의 대결로 결정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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