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핵심 이념인 성리학을 보급하고 구현한 장소인 서원(書院) 9곳을 묶은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6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진행 중인 제43차 회의에서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했다.
신청유산인 한국의 서원은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까지 조선시대 지방 지식인들에 의해 건립된 대표적인 사립 성리학 학교이다. 지난 1543년에 ‘백운동서원’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된 한국 최초의 서원인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을 포함해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경북 경주의 옥산서원,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막내 격으로 1634년 건립된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까지 총 9곳이다.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鄕校)와 달리 지방 지식인이 설립한 사립학교였다. 서원은 성리학 가치에 부합하는 이상적 지식인을 양성했고 지역사회의 공론을 형성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성리학자를 사표(師表)로 삼아 제를 지내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이들 서원은 다행히 존립했다. 2009년 이전에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돼 원형이 비교적 잘 유지돼 왔다.
이들 중 병산서원과 옥산서원은 지난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에도 포함돼 ‘이중 세계유산’이 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에 대해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하는 한국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며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따라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5월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하는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한국의 서원을 ‘등재 권고’ 유산으로 분류해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됐다. 한국의 서원은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이후 2015년에 세계유산 도전에 나섰으나, 서원 주변 경관이 문화재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고 연속유산 연계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반려’ 판정을 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국내외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비교 연구를 보완해 지난해 1월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장에서 심사과정과 등재 확정을 지켜본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불교 유산이나 기독교 유산에 비해 유교 유산은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례가 적다”며 “한국의 서원이 조선시대에 보편화한 성리학의 지역적 전파에 이바지한 점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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