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향기에 반해 제주도에 매화 공원을 조성한 중소기업인이 있다.
레미콘·아스콘·골재·수산물 양식 등 사업을 하는 김동규(사진) 한창산업 회장은 서귀포 대정읍 구억리에 매화를 주제로 한 공원 ‘노리매’를 지난 2012년 조성하고 30년 넘게 매화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노리매는 ‘놀이’와 ‘매(梅)’의 합성어로 매화 놀이할 수 있는 공원이란 뜻으로 김 회장이 직접 지었다.
김 회장은 젊은 시절 매화 향기를 맡고 매화에 흠뻑 빠졌다. “매화는 세상의 어떤 향수보다도 기품있고 아름다운 향기를 낸다는 걸 단번에 알게됐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
김 회장은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에 매화 농원을 만들기 위해 지난 1991년 땅 1만평을 사서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매화 나무 식재를 시작했다. 이후 김 회장은 전국에 이름난 고(高)매화를 사들여 제주도 심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전남 구례 고매 500그루를 사서 옮겼고 경남 산천에서 수양매 300그루를 구입해 노리매에 옮겨 심었다. 2008년에는 매화분재 300점을 구입했다.
김 회장이 매화에 쓴 돈은 최소 200억원이 넘는다. 제주도의 성공한 향토사업가이지만 ‘고상한 취미’에 수백억원을 쓰는 것은 가족의 원망을 들을만한 일이다. 김 회장은 “부인이 매화 값을 물어보면 항상 0 하나를 줄여서 얘기했다. 늘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799년에 지어진 전남 강진의 고옥을 전남 강진에서 2003년 매입해 노리매로 옮기기도 했다. 고옥을 해체해 2004년 제주도로 옮겨 다시 집을 복원하는 큰 작업이었다. 김 회장은 고옥에 진공관 오디오를 놓고 가끔 혼자서 음악을 듣는다.
현재 노리매는 8만2.500㎡(약 2만8,500여평) 규모다. 매화꽃 테마공원답게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매화꽃들로 꾸며져 있다. 노랗게 익어 땅에 떨어진 매실은 공원 내부 어디에다 있다. 7,590㎡ 규모 대형 인공 호수와 고건축 분야 대가 홍완표 대목장이 지은 정자도 있다. 공원 내엔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와 같이 한눈에도 고급스런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이 있다. 문화시설로 쓰인다. 그 옆으론 물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인공폭포가 있다.
노리매는 감귤과 매실 등 유실수 수확기에 시기별로 직접 수확할 수 있는 개방 농장도 운영한다. 연못을 이용해 자연생태 교육을 하고 어린이 낚시대회 장소를 제공하는 등 체험형 행사도 연다.
그러나 김 회장은 “솔직히 사람이 지나치게 많이 오는 것은 반갑지 않다”고 한다. “너무 많은 관람객이 다녀가면 노리매의 자연이 견디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평생 제주도에서 기업을 운영하며 번 수익을 지역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만든 곳”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는 것보다 찾아 주신 손님 한분 한분이 여유로움을 느끼고 만족하며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귀포=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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