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30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재계가 공동의 대응전략을 만들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경기가 점점 악화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기업들에 투자 확대도 간곡히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가 이번 기업인 간담회의 참석자를 30대 그룹으로 제한한 것은 보다 밀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함이다.
5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일본 문제와 관련해 ‘기업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간담회 일정이 매우 촉박하게 잡힌 것도 일본의 보복성 조치에 따른 기업들의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재계 관계자는 “다소 갑작스럽게 일정이 통보됐다”며 “반드시 총수가 참석해달라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오후 5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수들의 일정에 따라 참석자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홍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이번 회동의 목적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을 피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면밀하게 (대응 방안을) 검토도 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은 5대 그룹 총수를 만나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각 기업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기업 채널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실무 임원들이 아니라 총수들과의 만남인 만큼 구체적인 피해 상황 등을 논의하기보다 각 그룹의 일본 쪽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번 사태를 진화할 방법을 폭넓게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국내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제계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공식적인 회의나 회담은 아니기 때문에 무슨 일정이 있는지 모두 설명하지는 않지만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지난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만찬에 참석해 일본 문제 해법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일본을 설득하기 위한 ‘대일특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벌써 특사를 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릴 기업인 간담회에서 일본의 보복성 조치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보복적 성격’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방안을 적극 강구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직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님의 말씀 혹은 지시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지금은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윤홍우·빈난새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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