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화가인 존 에버렛 밀레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여주인공 오필리어가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 속 오필리어는 청초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가 강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는 장면이다. 그림이 탄생한 19세기 영국에서 산업 혁명의 여파로 수많은 여성이 스스로 강에 투신해 죽음을 택했고 당시 예술계가 그것을 미(美)의 하나로 숭상했다는 사실, 그림 속 모델인 엘리자베스 시달 역시 남편인 시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문란한 사생활에 고통받다 자살했다는 일화를 알고 나면 그림은 더 이상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생각지 못했던 공포를 숨기고 있는 그림부터 보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하는 그림까지 명화 속 무서움을 테마로 한 ‘무서운 그림’ 시리즈의 신간 ‘신 무서운 그림’이 출간됐다. ‘오필리어’는 신작의 표지를 장식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책에는 샤갈·모네·고야 같은 거장과 게이시·부그로 같은 매니아 취향 화가의 매혹적 명화 20점을 소개하고 무서운 배경과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추적했다.
저자인 나카노 교코는 ‘무서운 그림’ 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은 일본의 명화 이야기꾼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 소개된 ‘무서운 그림’ 시리즈 역시 한국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1만5,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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