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을 위한 축제로 치러지던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용 정치 행사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미군 수뇌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잔치로 전락할 위기에 몰린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 초청받으면서 군의 정치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CNN은 이날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 군 수뇌부가 4일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서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대행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리처드 스펜서 해군성 장관, 밥 버크 해군 참모차장, 매튜 도노번 공군성 장관대행 등이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몇몇은 출장 및 휴가로 빠졌고 부하를 대리 참석시킨 간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국방부에 행사 참석을 위한 티켓 5,000장도 줬다고 한다. CNN은 “대통령이 기념식을 공공연하게 정치적 이벤트화 한다면 군의 참석자들은 군의 정치활동 금지와 관련한 국방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의 조던 리보위츠 공보국장은 “군 인사들은 정치 행사에 참석하면 안된다”면서 “만약 군 인사들이 제복을 입고 정치적 연설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곁에 선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내에서는 독립기념일 행사에 탱크와 무장 차량이 전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실정이라고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 국방부는 얼마 전에도 군 정치화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어 이번 독립기념일 행사 참석에 대한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이었던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전함을 보이지 않게 하라는 백악관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 정치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후 국방장관 대행이었던 패트릭 섀너핸은 6월 초 국방부 전체에 군의 정치 관여를 경계하는 내부 메모를 보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연설까지 포함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이번 독립기념일 행사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일찍부터 제기됐다. 초당적으로 치러지던 행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탱크와 군용기까지 동원하며 재선을 위한 방편으로 오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홍보’하고 일각의 ‘고비용’ 지적에는 방어에 나서는 등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4일 링컨기념관에서 열리는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는 정말로 클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은 일생일대의 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경제는 세계 어느 곳 보다 가장 훌륭하다. 우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가장 훌륭한 군대를 갖고 있다”며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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