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적잖은 만큼, 일본 기업들도 일본 정부 보복 조치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전자제품 제조사인 소니는 자칫 TV 생산이 중단돼 판매점에 내놓을 제품이 고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니는 한국 기업들로부터 TV용 유기EL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로 한국 제조사가 소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유기EL 패널 생산이 정체되면, 한국 제조사들에 의존하고 있는 유기EL 패널을 제때 납품받을 수 없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소니 관계자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TV 생산을 못 해 상품이 고갈할 가능성을 포함해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서로 소재와 부품 조달에서 의존하며 자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제재 조치가 소니는 물론 여러 기업들의 공급망을 망가트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일부 제품에 삼성전자의 유기EL 패널을 탑재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로 아이폰의 생산이 늦어질 수 있다. 그러면 애플에 다른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의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의 편을 들며 비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주요 경제단체 중 하나인 일본상공회의소의 미무라 아키오 회장은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규제강화 조치에 대해 “(악화하는) 한일 관계를 해결할 하나의 제안을 (한국 측에)낸 것”이라며 일본 정부를 지지했다. 미무라 회장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서 패소했음에도 배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제철(전 신일본제철)의 명예 회장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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