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조사 사업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민주화의 대장정과 압축적 경제성장 등 격동의 1세기를 몸소 체험했지만 문자화된 기록을 남기지 못해 공식 역사에서 소외·배제됐던 부산의 보통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사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실시해 왔다.
기장군 철마면에 위치한 임기마을은 본래 숲으로 우거져 방치된 곳이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김해 김 씨(金海金氏) 형제가 피란을 와 숲을 농경지로 개간하면서 비로소 마을이 형성됐다고 한다. 개간한 농경지를 마을 사람들은 ‘숲터’라고 일컬었는데, 이를 한자로 ‘수풀 임(林)’, ‘터 기(基)’자를 써서 ‘임기’라고도 했다. 유서 깊은 임기마을의 전통은 해방 이후 임기마을 공동체 중심으로 착수된 환경개선사업 및 소득증대사업, 이른바 농촌새마을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구술조사사업은 이와 같은 임기마을의 연혁을 기반으로 마을공동체의 일상과 생애 그리고 마을의 변천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조사기간은 이달부터 11월까지 5개월(150일) 가량이다. 조사·수집된 임기마을 구술자료는 면담조사자의 편집·윤문 및 해석 과정을 거쳐 ‘부산근현대구술자료집’으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구술조사 사업을 통해 임기마을 사람들의 기억이 역사적 자료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됨과 동시에 한국현대사의 특수성으로 인해 왜곡되고 망실한 기록이 복원되는 것이어서 종래의 거시사를 재해석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