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돌입하자마자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을 향해 무역전쟁의 칼끝을 들이밀었다. 이에 따라 항공기 보조금으로 시작된 미국과 EU 간 무역갈등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1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는 EU를 겨냥한 고율 관세 대상에 40억달러(약 4조6,500억원) 규모의 89개 세부품목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USTR은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유럽 국가들과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미국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품목에는 치즈·우유·커피·위스키·올리브·돈육제품·구리를 포함한 일부 금속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 4월 USTR이 같은 명목으로 유럽산 항공기와 와인 등 210억달러 규모의 관세부과 품목을 발표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USTR은 이날부터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해 다음달 6일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미국이 문제 삼는 EU의 에어버스 보조금은 WTO에서 국제통상규칙 위반 판정을 받은 상태다. WTO는 이달 중 미국 측 대응조치의 적정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USTR은 “WTO가 승인하는 대응조치 수위에 대한 중재 보고서를 보고 최종 목록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USTR은 WTO가 추가 관세 품목에 대한 의견을 듣기 전 항공기 보조금에 대한 판정을 내릴 경우 즉각 초기 목록에 포함된 제품에 인상된 관세를 적용하고 추가 목록에 오른 상품에도 추가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EU 역시 보복성 관세를 매기는 등 미국과 EU의 관계는 급격히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EU는 WTO가 승인하면 미국이 곧바로 보복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과 무역협상 테이블에 앉은 상황에 관세가 부과되면 양측의 관계는 더욱 긴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는 앞서 4월 미국이 관세 리스트를 작성하자 12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예비목록을 발표하는 등 맞불을 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이 준비한 관세 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기반 지역의 농산물에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EU가 맞불을 놓을 경우 미국 역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 11월14일까지 자동차 관세에 대한 결정을 연기하기로 한 바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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