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어제 만났을 때 제일 먼저 얘기했던 것이 영부인께 감사를 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영부인께서는 한국에 대한 아주 많은 사랑과 좋은 에너지를 가진 분입니다. 아주 훌륭한 여성(Fantastic Woman)이십니다.”
1년7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 소인수회담 모두발언에서 ‘퍼스트레이디’ 김정숙 여사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이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김 여사는 굉장히 특별하다”며 “국가를 굉장히 사랑하고 문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사랑하는 분”이라고 칭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평소 과장된 화법을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공식석상에서 방문국 대통령 부인을 여러 차례 칭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김 여사의 남다른 친화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방증이다.
김 여사의 유쾌함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시절부터 주목받았다. 오죽하면 ‘유쾌한 정숙씨’라는 수식어가 생길 정도다. 지난 2017년 5월13일, 사흘 전 취임한 문 대통령이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출근한 마지막 날 자택 앞에 서 있던 60대 민원인을 “라면 먹고 가라”며 집으로 이끌었다는 에피소드는 이미 유명하다.
김 여사의 이런 유쾌함은 단순히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 이상이다. 2017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김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에게 이산가족을 비롯해 한국이 지닌 이산가족의 아픔과 피란민인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슬로베니아 이민자 출신인 멜라니아 여사는 김 여사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국가를 굉장히 사랑하는 분’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은 여기서 비롯됐다. 역사적인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데는 문 대통령이 숨은 조연 역할을 했지만 김 여사의 이 같은 역할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며칠 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김 여사의 유쾌함은 빛을 발했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어색한 ‘10초 악수’와는 대조적으로 김 여사는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와 밝은 미소로 서로를 맞으며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한 고(故) 박용하의 팬인 아키에 여사는 소문난 ‘한류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한일관계에서는 ‘김정숙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을까. 1일 발표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아쉬움이 크다.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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