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2016년 발표한 ‘노후 상수도관 교체사업서’와 지난해 11월 시의회 환경수자원본부에 보고한 주요 업무 추진실적 보고를 서울경제가 21일 상호 비교한 결과 2017년 달성률은 58.2%, 2018년 달성률은 52.9%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매년 95㎞, 153㎞, 157㎞의 노후 상수도관을 비교적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강관 등으로 바꿔 총 405㎞를 교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교체 작업이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해 올해 76㎞, 내년 44㎞, 오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9㎞의 상수도관 교체를 시의회에 보고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1984년부터 노후관 교체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말 기준 1만3,571㎞ 중 98.7%인 1만3,396㎞를 바꿨으며 남은 관은 주요 도로·건물 밑에 있어 민원에 부딪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서울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발견돼 박 시장이 현장을 방문한 영등포구 문래동의 하수관은 1973년 부설된 것으로 서울시도 교체 대상에 올린 바 있다. 다만 상수도가 도로 밑에 있어 민원 가능성을 고려해 분리 교체하지 않고 내년에 한꺼번에 관을 부설하기로 한 것이다. 노후 수도관이 교체될 때마다 인근 지역에서 한바탕 민원 홍역을 치르는 일은 일반적이다. 교통체증을 우려해 상수도관 교체 작업을 밤에만 실시하기도 하고 인근에 건물이 있을 때는 건물주의 동의를 받기도 해야 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옛날에는 기능별로 필요할 때마다 도로를 팠는데 자주 도로를 파놓는다는 민원이 들어오니 종합공사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상수도로 넘어가면 교체사업은 더욱 더뎌진다. 문래동 붉은 수돗물의 원인은 아직 미상으로 서울시는 아파트 저수조의 노후화 요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공사 비용의 80%를 부담해 건축용 아연도강관을 교체하는 사업을 벌여왔지만 3년간의 실적은 69.0%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까지 들이고 있지만 일부 가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청에서 ‘아리수 물맛 블라인드 시음회’까지 열며 ‘먹을 수 있는 수돗물’이라고 광고했던 서울시는 난감한 상황이다. 박 시장은 이날 0시10분께 문래동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저수조를 모두 없애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는 문래동에 식수와 간단한 세면 용도의 아리수를 공급했지만 2ℓ짜리 두세 개에 그쳐 정상화까지는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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