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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준금리 결정의 조건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

저성장에 금리인하론 늘었지만

가계빚·환율 등 금융불안 우려도

정확한 경제상황 예측 더힘써야





지난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경기 부진을 언급하며 경제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언급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의견이 많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은 -0.4%를 기록했고 전망치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인플레이션율은 5개월 연속 1% 미만을 기록했고 앞으로 한동안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율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하지만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로 무조건 금리 인하를 외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상승률이 둔화됐으나 2018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97.9%를 기록했으며 향후 지속적인 상승이 예상돼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월 중순 1,1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최근 1,180~1,190원대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4월 경상수지 적자, 경제성장률 저하 등 경제의 펀더멘털도 악화돼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사실 당장 급격한 자본유출로 외환위기가 발생하거나 가계부채가 금융위기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얻을 수 있는 성장률 상승 효과는 제한적인 데 비해 혹시라도 경제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비용이 막대하다는 측면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현재 성장률 급락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관심이 쏠려 있으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한참 밑도는 저인플레이션율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2013년 이후 대부분 인플레이션율은 2%보다 낮았다. 현재 2%인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016년 이전에는 그보다도 높은 2.5~3.5% 구간이었음을 감안하면 오랜 기간 목표치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향후 인플레이션 타기팅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근본적인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타기팅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정책 과정을 생산자·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에게 명확히 알린다면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목표치에 가깝게 형성돼 결국 목표치를 맞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경제주체들의 예상치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제주체들의 예상치는 결국 낮게 형성될 것이며 그런 다음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맞추기 어려워지고 인플레이션 타기팅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적어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맞추려는 명확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메시지와 달리 이번에 너무 갑자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은의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과 판단이 급변할 경우 정책을 그에 맞춰 급격히 변경하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꼭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을 보다 정확히 하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상황 예측은 어려운 일이지만 한은의 경제상황 예측이 지나치게 빨리 변하거나 예측치와 실제치가 지속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면 현재의 예측 시스템을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경제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해 통화정책의 전파경로와 효과가 바뀌었을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점차 통합됨에 따라 미국의 금융여건이 한국의 금융여건에 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 반면 한국의 금리정책이 한국의 금융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약화했을 가능성도 있고 전파경로가 변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경제여건에서 금리정책에 대한 신의 한 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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