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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허송세월’은 1년이면 족하다

12일은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해 ‘한반도의 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때와 딴판이다. 기대는커녕 답답함만 더해가고 있다.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북핵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비핵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일괄타결에 가까운 빅딜을 주장하나 북한은 단계적 이행으로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지난달 초 신형 유도미사일 도발을 강행해 양국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직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지만 사태는 꼬여만 가고 있다.

세계의 관심은 교착상태를 맞은 협상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주목되는 것은 11~13일 문재인 대통령의 노르웨이 방문 기간에 나올 ‘오슬로선언’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베를린선언으로 북미협상의 물꼬를 텄듯이 오슬로선언으로 새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북한은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을 조짐이고 미국은 모든 살상무기를 폐기하지 않는 한 보상은 생각지 않고 있다. 이런 때 우리 정부가 시효가 지난 ‘한반도 운전자론’을 앞세워 대북 제재완화에만 매달린다면 얽히고설킨 북핵의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되레 꼬이게 할 뿐이다.

그러잖아도 최근 국제정세는 미중 갈등 격화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미중관계가 나쁠 때는 북핵 협상도 진통을 겪었다. 우리가 중재할 수 있는 공간도 별로 없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제재완화에만 매달린다면 북핵협상은 더 어려워질 뿐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정부는 더 이상 통하지도 않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느라 허송세월해서는 안 된다. 시행착오는 1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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