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은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에 직면해 있다. 과연 우리 사회에 대화와 타협, 양보와 배려가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대결 양상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니 그렇다 치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갈등 수위는 위험 수준에 도달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필자는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게 된다. 왜 우리 사회가 이처럼 무미건조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사라지게 됐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소설가 김훈은 안동 하회마을 인문 캠프 강연회에서 우리 사회가 천박한 세상이 돼버렸고 악다구니·쌍소리·욕지거리·거짓말로 날을 지새우고 남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상실됐다며 개탄했다고 한다.
대내외 경제 여건의 악화로 기업이나 근로자나 생존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 구성원이나 경제주체 간의 신뢰·배려 같은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사회적 자본이란 한 사회가 신뢰하고 소통해 협력하는 사회적 역량, 사회 구성원이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가 구축해야 할 사회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국가가 법과 제도를 통해 나를 보호해줄 경우 법과 제도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더욱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근로자가 어려울 때 서로의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큰 어려움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폭발력이 나오게 될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계에서도 신뢰와 배려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들은 우리 대기업들이 어려울 때는 고통 분담과 동고동락을 강조하지만 힘든 기간이 지나면 갑을관계만 남게 된다고 푸념한다. 대기업과의 거래관계에는 동고(同苦)만 있고 동락(同樂)은 없다고 하니 기업 간 거래관계에서 신뢰가 형성될 리 만무하다. 이 같은 이면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기업경영과 혁신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상생 분위기로 전환될 때 대·중소기업 모두 신명 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남을 배려하고 남의 아픔에 공감하는 마음이 자라게 되면 어떤 경제위기가 닥쳐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될 것이다. 사회가 복잡하고 힘들수록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한동안 잊고 지낸 배려·신뢰·사랑 같은 사회적 자본을 키우기 위한 캠페인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기업인들은 아무리 경제 상황이 어렵다 해도 고통 분담을 실천해보자. 신뢰를 구축하고 반기업정서를 걷어내는 한편 기업경영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양보와 배려가 형성되고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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