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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배짱파업'에 손놓은 정부

전국 165곳 넘는 공사장 '올스톱'

건설사, 비노조원 투입 못해 속앓이

4일 서울 신길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파업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한 조합원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승현기자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전국 165곳 이상의 건설 현장이 멈춰 섰다. 노조원들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건설 업계는 대체근로는 물론 비노조원 투입도 여의치 않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4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와 한국노총 연합노련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전날 저녁부터 고공농성을 벌여 전국 3,500여대의 크레인 중 70%인 약 2,500대의 가동이 중단됐다. 건설노조가 공개한 주요 현장만 서울 39곳을 비롯해 전국 165곳에 달한다. 노조 측은 올해에만 소형 타워크레인 사고로 3명이 숨졌다며 정부가 확실한 안전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설계가 엉터리인데다 불법 개조가 심해 사고위험이 높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건설 업계는 “안전사고와 관련해 정확히 집계된 것이 없고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점거는 불법행위”라며 “노조의 주장은 건설 현장의 현실과 기술발전 추세를 외면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건설 업계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납기일 지연, 건설 품질 저하 등으로 그 피해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의 건설 현장이 멈추면서 일용직 노동자들도 일거리를 찾지 못해 타격을 입고 있다. 서울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파업 후 일감이 반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해관계자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노조에서 주장하는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동효·박준호기자 kdhyo@sedaily.com

勞, 정상운행 크레인에 “파업” 압박...2016년 악몽 재연되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타워크레인 양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4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들이 멈춰 서 있다./연합뉴스


# 4일 기자가 찾은 포스코건설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건설현장. 여의도 IFC보다 높은 초고층 빌딩을 짓던 타워크레인 7대는 크레인 노조의 파업으로 모두 멈춰 섰다. 대형 백화점과 오피스 등이 입주할 지상 69층의 건물은 내년 7월 준공을 목표로 전날까지만 해도 공사가 분주히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크레인이 멈춰 서면서 작업현장은 차질을 빚게 됐다. 마포의 한 건설현장의 경우 전날 700여명의 인부가 일을 했지만 이날에는 100여명만 출근하기도 했다.

타워크레인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의 건설현장도 비상이 걸렸다. 노조 파업으로 차질을 빚는 전국 공사현장은 약 70%에 달한다. 건설 업계는 타워크레인 없이 할 수 있는 작업을 먼저 하거나 대체장비를 투입하는 등 피해 줄이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후속 공정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파업 장기화 시 1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멈춰 선 현장, 비상 걸린 건설사=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현장은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충돌에 이어 이번 타워크레인 파업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 현장에는 현재 타워크레인 5대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며칠 정도는 후속 공정을 앞당기는 선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 지연과 이에 따른 입주 지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다른 재건축현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이 현장은 총 9대의 크레인 가운데 8대를 노조원이 점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골조공정이 중단됐다. 크레인이 필요 없는 일부 작업들만 진행하는 상태다. 한화건설은 현재 15개 현장 가운데 12개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중단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가동 중인 크레인의 70%가 노조원들에게 점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파업현장 가운데 공사 진행이 불가피한 곳은 이동식 크레인을 가져오거나 크레인이 필요 없는 작업 위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건설 역시 총 36개 중 30개의 타워크레인이 중단됐다. 건설현장 14곳에서 타워크레인 61대를 운용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중 67%인 41대가 파업으로 작업을 멈춘 것으로 파악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노조의 작업 방해까지 벌어졌다. 두산중공업에서 공사하는 서울 고덕 강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정상운행 중인 2대의 타워크레인에 노조원들이 몰려가 “파업에 참여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대화로 해결한다는 정부, 2016년 악몽 재연되나=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적극적인 해결 역량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비상대책반을 즉각 가동하고 노사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사 간 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 차가 큰데다 소형(무인) 타워크레인 안전대책 등 국토부에 대한 불신이 커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재 소형 타워크레인을 건설산업 현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건설사 등 사업자가 소형 타워크레인을 사용할지 대형 타워크레인을 사용할지 선택하는 문제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지난 2016년 타워크레인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016년에도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가 임금 19.8% 인상을 요구하면서 한 달 정도 파업했다. 당시 피해 규모는 1조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 전국에 등록된 무인 타워크레인은 15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808대까지 숫자가 늘어난다. 건설업계는 무인타워크레인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노조의 압박 강화를 이유로 꼽고 있다. 노조 스스로 일자리를 줄인 셈이다./강동효·진동영·한동훈기자 kdhyo@sedaily.com

일감 절반 준 일용직들 “우린 어떡하라고”

4일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삼거리의 인력사무소들이 한산한 모습이다.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의 총파업으로 일용직 노동자의 일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희조기자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면서 일용직 근로자 일감도 절반으로 확 줄었습니다.”

4일 오전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건설현장 인력 공급 상황을 묻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늦어도 오전8시께 현장에 사람들을 거의 다 내보냈는데 오늘은 일감이 없어 대부분 빈손으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인력사무소가 밀집한 남구로역 일대는 서울 최대의 건설인력 시장이다. 매일 새벽 일용직 근로자 수백명이 인력사무소의 소개로 건설현장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이날 전국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이 일제히 멈춰 서면서 일용직 근로자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인근의 또 다른 인력사무소 대표도 “오늘 허탕을 치고 돌아간 사람들이 절반 정도 된다”며 “무거운 자재를 옮겨야 공정이 진행되는 현장은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고 보면 된다”고 하소연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용직 근로자 대부분은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인력사무소 인근에서 만난 A씨는 “월 500만원 이상씩 버는 타워크레인 기사들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우리는 처지가 완전히 다르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같은 거대 단체에 가입되지 않은 진짜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한 일용직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양대 노총의 충돌로 지난달 사흘가량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 공사현장 관계자는 “공사가 장기간 중단될 경우 현장 근로자 상당수가 지방이나 다른 일자리로 떠날 수 있다”며 “파업을 이른 시일 내 끝내야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종갑·이희조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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