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자의적인 작업중지명령이 남발돼 산업 현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툭하면 공장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경우 이로 인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철강 등 제조업체의 경우 한 시간만 가동이 중지돼도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경총이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작업중지명령을 받은 주요 기업을 조사한 결과 평균 21일의 작업중지 기간에 입은 피해액이 평균 600억~1,200억원에 달했다.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하는 규정이 애매한 것도 문제다.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작업중지명령 해제를 신청하려면 중대재해와 관련된 작업근로자 과반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근로자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다. 노조가 근로조건 개선이나 파업 등에 이를 악용할 경우 작업중지가 장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짊어질 게 뻔하다. 이런데도 고용부는 ‘급박한 위험’ 등의 판단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니 답답한 일이다.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제라도 산업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법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경영계에서 왜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지를 진지하게 듣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담기 바란다. 작업중지명령과 해제의 상세내용을 예시형식으로라도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 규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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