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연구회에서 디지털기기를 사용한 성범죄를 5회 이상 계속 저지르는 사람은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양형 기준 자체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소속 양형연구회(회장 이용식)가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연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로 나선 백광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판사는 “집·화장실·탈의실 등 폐쇄된 공간에서의 범행, 5회 이상의 범행, 불법촬영자가 유포에 이른 경우, 성관계·용변 등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 대한 촬영, 미성년자·장애인에 대한 범행, 동종전과가 있는 경우 등은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 판사에 따르면 법원이 이른바 ‘몰카 범죄’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사건은 2014년 197건에서 2018년 546건으로 증가한 반면, 벌금형 선고비율은 2014년 73.1%에서 2018년 48.5%로 감소했다.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기준 형량까지 높여야 한다는 요지였다.
백 판사가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164건의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선고결과는 실형 10%, 집행유예 41%, 벌금형 46%로 각각 집계됐다. 피해장소는 지하철이 59%로 가장 많았고, 촬영수단은 92%가 휴대전화였다. 범행횟수는 1회가 25%, 5회 이상이 54%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피해자와의 관계는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83%였고, 모든 피해자에 대하여 합의를 한 사안은 10%에 불과했다.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은 44%, 동종전과자는 26%로 조사됐다. 촬영물 유포가 수반된 범죄는 12%로 사건 중 91%에서 몰수형이 선고됐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김영미 변호사는 “피해자는 촬영물이 유포되었거나 유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매우 큰 반면 사회적으로 피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자의 23%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인정숙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장은 “여성들이 느끼는 불법촬영 및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실제적 불안과 두려움이 매우 크다”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죄질에 따른 일관성 있는 처벌이 중요하므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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