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 들어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채용 시장에도 때 아닌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올 1·4분기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작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장 대형 건설사들의 1~3월 실적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면서 어닝쇼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적이 악화 되면서 채용 동향도 변하고 있다. 채용 규모가 준 것과 동시에 수시채용 또는 비공개 채용이 늘고 있다. 현장경험이 있는 ‘중고신입’ 선호 현상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정기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 채용 규모와 시기가 정해져 있는 정기공채보다 그때 그때 마다 필요한 인력을 뽑는 수시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경력 분야 모집이 활발하다. 대림산업, 계룡건설, 한신공영, 고려개발, 신세계건설 등은 경력사원을 수시로 채용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정기공채를 없애고 ‘직무중심 상시공채’로 바꾸면서 대기업 및 건설업계의 채용방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기업의 채용방식이 수시·상시채용으로 전환되면서 선발방식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직무별로 필요에 따라 신입을 뽑다 보면 아무래도 더 현장경험이 많은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는 않다. 건설업계 전문 취업 포털을 운영하는 유종현 건설워커 대표는 지원자들 입장에서 오히려 교과서적인 ‘스펙쌓기’ 보다는 필요한 직무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구직자 입장에선 오히려 연중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직무역량을 갖춘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출신학교, 학점, 어학 점수 등 기본 스펙이 낮은 구직자에게도 문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 신입’이 더 뜬다= 타 회사를 다니다 다시 신입으로 지원하는 ‘중고신입’ 선호 현상도 역시 강해지고 있다. 임금을 더 줘야 하는 경력직을 채용하기 보다 ‘경력사원처럼 일 잘하는 신입’을 채용하는 게 건설사 입장에선 이득이다. 중고신입 선호 현상은 업종을 망라하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이미 미국·유럽 등에선 채용 인원의 대부분을 경력직으로 채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점점 더 첫 직장으로 대기업에 입사하는 취업자는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중견이나 중소기업에서 일단 경력을 쌓고 난 뒤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려는 구직자들도 늘고 있다. ‘작은 회사에서 큰 회사’로 옮기는 이직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택경기 부진, 정부 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 해외수주 악화 등 이유로 건설경기가 침체 되고 채용문도 좁아지고 있지만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일단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건설업은 내수경기의 중심축 중 하나로 건설경기가 위축되면 일용직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시멘트, 건축자재 등 관련 산업들도 덩달아 타격을 받는다. 부동산중개업소나 임대업자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건설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각종 부양책이 발표돼 온 것도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새로운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어 발전 가능성도 있다. 유 대표는 “건설업은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과 연계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면서 “건설업이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향후 첨단 산업과 융합해 더욱 발전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