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장은 한편의 소설”이라고 발언한 것은 법집행기관과 법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양 전 대법원장 재판과 관련해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가 발부한 구속영장으로 구속됐고, 본안 재판부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해 피고인이 신청한 보석을 기각했다”면서 “두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사실이 중대한 범죄혐의를 구성한다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이 미숙한 법률지원을 받아 쓴 소설로 이를 치부하는 것은 법집행기관인 검찰뿐 아니라 재판부를 모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으로 기소돼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첫 재판을 받았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공소 자체가 부적합하고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면서 공소장에 대해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서 쓴 한편의 소설”이라고 발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법부 판단에 따라 구속된 피고인이 공개법정에서 법집행기관과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가 법원의 요청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법원이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3차례 자체 조사를 벌인 후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라면서 “자체 조사 중 1차례는 양 전 대법원장 본인이 재직하던 시절 진행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신문조서에 본인이 말한 것과 다른 취지로 기재된 것이 많았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 조사 과정은 전부 영상녹화 되어 있는 만큼 근거 없는 주장이 계속되면 법정에서 영상녹화 CD를 틀어보도록 검증신청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 당시 조사시간보다 조서 열람시간이 훨씬 길었고, 변호인 2인이 입회한 상태에서 열람이 진행됐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재판 지연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노골적인 재판 비협조로 6개월 안에 끝나야 하는 구속사건재판이 4개월만에 시작됐다”면서 “공판준비기일 일정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이 만료되는 8월 10일 전에 검찰 신청 증인의 10%도 안되는 20명 정도만 신문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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