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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경쟁 내몰린 여행사 '가격 낮추기' 급급

[헝가리 참사로 본 여행 실태]

판매가 낮추기에만 급급해

현지 안전소홀 구조적 문제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비용 아끼려다 테러참사도

29일(현지시간) 오후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구조 및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연합뉴스




참좋은여행사 홈페이지에 예약상품 취소를 요청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참좋은여행사 홈페이지 캡처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패키지 여행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는 악천후에도 일정을 강행하는가 하면 관광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조차 강제하지 않은 선사와 여행사의 안전관리 부실이 이번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여행사들이 홈쇼핑 등을 통해 저가 패키지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현지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관광객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0일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유람선을 타고 있던 관광객들은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참좋은여행사 관계자는 “보통은 탑승할 때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지만 (여행사가 일일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편하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관광객들의 심리에 편승해 정해진 안전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다가 화를 키운 셈이다.

이날 참사 소식이 알려진 후 온라인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유럽 패키지 여행을 하면서 유람선을 탈 때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헝가리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너무 무섭다”며 “그때 구명조끼 없이 난간에서 구경했는데 여행사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판매가격 낮추기에만 급급한 여행 시장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번 참사에서 선사는 사고 당일 밤에 폭우가 쏟아져 유속이 평소보다 빠른 상태였음에도 배를 띄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사가 유람선 관광을 취소하려면 패키지 상품 고객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취소 수수료까지 떠안아야 한다. 현지 가이드로서는 위험한 일정을 감행하려는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선사가 유람선 투어를 진행해도 무리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여행사가 먼저 나서서 손해를 감수하고 취소 요청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좋은여행사 측은 “선박 선사에 1차 책임이 있으나 우리 회사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고 당시 비가 많이 내려 수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침몰 사고가 난 유람선 외에 다른 배들도 모두 정상 운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여행 업계에서 저가출혈 경쟁에 따른 안전불감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이집트 동북아 시나이반도에서 성지순례에 나선 한국인이 탑승한 관광버스를 겨냥한 폭탄테러가 발생해 3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여행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위험한 육로 이동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행 업계에서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여행사의 금전적 손해를 이유로 소비자의 안전을 뒷전으로 미루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행객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안전을 이유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려고 하면 목돈을 들여 가족여행을 왔다며 항의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한국인 40대 여성이 여행경보 발령지역인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를 여행하다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프랑스군에 구출된 바 있다.

유람선 침몰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대거 보낸 참좋은여행사에 이미 예약한 상품의 구매 취소를 요청하는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사고 소식이 알려진 이른 오전부터 20건 정도의 취소 요청 게시글이 올라왔다. 관광객들이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은 여행사에 대한 불신에 휩싸이면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 등 다양한 지역의 상품 취소를 문의하는 모습이다. /나윤석·허진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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