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제조사에 대해 ‘사적복제보상금’을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실제 도입될 경우 삼성 캘럭시폰, 애플폰 등의 제조 단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 판매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나 법률 통과 과정을 거쳐야 해 문체부 방안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저작권 분야 현장간담회를 열고 ‘사적복제보상금’과 ‘공공대출권’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이용 환경 변화를 고려해 저작자 등 창작 기여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공공대출권’이란 공공도서관 대출로 인해 저작물 판매 기회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 저작자에게 보상금을 지불하는 제도다.
‘사적복제보상금’의 경우 사적복제기기의 제작자나 수입자에게 보상금을 징수해 저작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개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은 통신 목적 외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데다 영화와 음악, 시와 소설, 그림 등을 복제해 퍼뜨리기도 쉽다. 이 때문에 독일은 1955년부터 복사기·녹음기·녹화기 같은 복제용 기기는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하는데 쓰일 확률이 높다는 전제 하에 기기 구입자에 일정 금액의 저작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복제 보상금 제도’는 유럽 나라에도 퍼졌고 미국, 일본도 도입하는 추세다. 삼성도 유럽에서 ‘사적복제보상금’을 지불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제도 검토 단계로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유럽 각국도 보상금 지급 대상 등이 제각각이라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제조업체의 반발도 넘어서야 한다. 스마트폰 제조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를 공감하고 도입된다면 업체에선 당연히 따르게 될 것”이라면서도 “비용 부담이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용료를 내고 음원·영상 등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의 경우 이중으로 저작권료를 부담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박 장관은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차트 섭렵 등 세계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우리 콘텐츠가 자랑스럽다”며 “디지털 기술 발달로 전 세계 어디서나 우리 문화를 실시간으로 누리는 시대에, 우리 콘텐츠가 제대로 보호받고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저작권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 장관은 저작권의 보호와 정당한 보상을 담보로 한 ‘1인 미디어를 위한 저작권 안내서’의 제작과 저작자를 알 수 없어 이용허락을 받기 어려운 ‘고아저작물(Orphan Works) 제도 혁신’ 등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조상인·권경원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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