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무역 수장들이 미국이 주장한 수입차 쿼터(할당량) 도입에 반대하기로 해 휴전상태였던 미국과 EU 간 통상전쟁이 재개될 위기에 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EU 회원국 통상장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이 같은 방침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안 린데 스웨덴 외교통상장관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쿼터제 주장에 100%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이날 28개 회원국 전체가 자유무역을 보장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존중한다면서 “EU는 유럽의 대미(對美) 수출을 제한하는 그 어떤 조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 결정 시한을 하루 앞두고 지난 17일 “180일간 판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예기간 동안 수입차를 줄여 국내 경쟁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추후 EU·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쿼터제 관철 뜻을 내비쳤다.
미·EU의 무역전쟁은 지난해 미국이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EU가 할리데이이슨 오토바이 등 미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가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7월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철폐하기로 합의했지만 농산물 등 협상 대상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EU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를 경고하고 EU가 200억유로 규모 미국 상품에 보복 관세를 때리겠다고 맞서면서 합의 후 1년이 흐른 지금까지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對中) 무역전쟁에 주력하면서 한시름 덜었던 EU는 이번 결정으로 다시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겪게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유럽산 자동차·자동차 부품의 미국 수출은 철강과 알루미늄을 합한 것보다 10배 크다”면서 이번 사태가 대서양 무역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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