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자골프는 여자에 비해 스폰서 시장 상황이 열악하다지만 예외인 선수도 있다. 서형석(22)도 그중 하나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2년차인 2016년에 신한금융그룹과 후원 계약해 일본 투어 상금왕 김경태와 한솥밥을 먹었고 지난해 다시 2년 연장 계약에 사인했다. 스폰서 걱정 없이 골프 하는 서형석을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많다.
26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GC(파72)에서 끝난 KPGA 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 5년차 서형석이 데뷔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7년 9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제패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메인 스폰서 계약 다음 해에 첫 승을 올렸던 것처럼 연장 계약 이듬해에 또 우승을 챙겼다. 첫날 선두와 2타 차 공동 8위, 2라운드 3타 차 공동 5위, 3라운드 3타 차 4위에서 기회를 엿보다 마지막 날 ‘노 보기’ 플레이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버디 4개로 나흘 중 가장 좋은 스코어인 4언더파 68타를 작성, 2위 이수민에게 3타 앞선 합계 11언더파로 마쳤다. 상금은 1억4,000만원이다.
서형석은 1번홀(파5)부터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 이수민과 격차를 2타로 좁혔고 이후 이수민의 보기로 1타 차까지 따라갔다. 10번홀(파4)이 결정적이었다. 오른쪽 페널티 구역 쪽으로 향한 서형석의 두 번째 샷이 경사면을 맞은 뒤 그린 쪽으로 튀었다. 거의 탭인 버디 위치까지 굴러가 행운의 버디를 잡았다. 이 버디로 경기는 서형석의 독주 분위기로 바뀌었다. 11번과 14번홀(이상 파4)에서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보탠 서형석은 2타 차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챔피언 조 이수민이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3타 차로 벌어지면서 서형석의 우승이 굳어졌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서형석은 천안고 2학년 때인 2014년에 프로(KPGA 준회원) 타이틀을 따낸 ‘신동’ 출신이다. 그해 KPGA 정규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4위로 통과해 역대 최연소 합격의 역사까지 썼다. 2017년 첫 우승 뒤 지난해 톱10에 고작 한 차례 진입하는 부진을 겪었지만 올해 곧바로 벌떡 일어섰다. 이달 들어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10위,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 공동 14위, 지난주 SK텔레콤 오픈 공동 5위로 군불을 지피다가 5월이 가기 전에 우승을 터뜨렸다. 서형석은 겨우내 거리를 늘리는 효율적인 연습법을 통해 드라이버 샷 거리를 15야드 늘렸다고 한다. 280야드 이상을 안정적으로 보내고 있다. 샷과 퍼트 감은 날이 더워질수록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서형석은 “10번홀 버디하고 나서 갤러리 분이 ‘1타 차 됐다’고 소리쳐줘서 선두가 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후 샷 실수가 나온 홀에서 파를 지킨 뒤 ‘오늘은 나의 날이구나’ 싶었다”며 “나름대로 투어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어느 대회장에 가도 두려움 없이 경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은 2타를 잃고 8언더파로 마쳐 2주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5언더파 이기상과 윤성호가 공동 3위, 4언더파 문도엽·문경준·김태훈은 공동 5위로 마쳤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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