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이 작품을 투자·배급한 CJ ENM의 전폭적 지원에도 새삼 관심이 쏠린다. CJ는 바른손이앤에이가 제작한 ‘기생충’에 125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미경(61·사진) 그룹 부회장은 10년 만에 영화제가 열리는 현장을 찾아 제작진과 배우들을 지원 사격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이번 수상을 놓고 영화계에서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영화 사업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회사의 역량을 쏟아부은 CJ그룹의 노력이 약 25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CJ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삼고 새로운 영토 개척에 나섰다. 당시부터 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품었던 이 부회장은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설립한 ‘드림웍스’의 아시아 배급권을 따내며 시장 공략의 토대를 닦았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칸영화제에 초청된 후 10년 만에 다시 칸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경영일선 복귀의 명분도 마련했다. 그는 이전 정부 시절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제작 등을 이유로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한 끝에 ‘블랙리스트’ 사태를 거치며 2015년 12월 이후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CJ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생충’의 해외 세일즈를 지원하고자 칸을 오랜만에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CJ의 이런 지원 덕분에 ‘기생충’은 국내 개봉 전에 해외 192개국에 선(先) 판매되는 실적을 올렸다. 이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보유했던 기존의 최다 해외 판매 기록(176개국)을 뛰어넘은 것이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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