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것은 물론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까지 한 목사에게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목사는 17세인 피해자가 먼저 자신을 유혹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복구하면서 사실이 드러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문성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박모(51) 씨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 위계 등 간음)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목사인 박씨는 지난해 6월 지적장애 2급인 피해자 A(17) 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피해자와 교회에서 만난지 나흘 만이었다.
박씨는 재판에서 “A양이 먼저 연락하고 집에 놀러 왔다”, “A양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며, 위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박씨와 박씨 부인은 A양을 ‘꽃뱀’이라며 무고로 맞고소했다.
공판검사는 A양의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복구해 제시했다. 범행 당일 A양이 박씨에게 먼저 연락했다고 볼만한 통화·문자 내역은 없었고, 박씨는 A양에게 자신의 집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방법을 문자메시지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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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박씨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등에 비춰보면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박씨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당초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 위계 간음)으로 기소됐으나 재판 과정에서 박씨가 A양의 지적장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 혐의가 ‘장애인 위계 간음’으로 혐의가 변경됐다.
이와 함께 공판검사는 박씨가 범행 인정을 전제로 A양과 합의를 시도했던 사실을 포착해 재판부에 제시하고, 지적장애를 가진 A양의 진술 신빙성을 보강할 수 있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거나 피해복구를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며 “박씨의 부인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아버지를 상대로 고소 취소를 종용하고, 민사소송(무고)을 제기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공판1부(이정훈 부장검사)는 박씨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하고 무고까지 한 점을 고려하면 징역 4년 6개월 형은 가볍다며 즉각 항소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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