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라 공급망 와해 위기에 처한 중국 최대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미국 구글과의 관계 단절에 대비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실용화에 나선다. 이르면 올 가을께 자체 OS를 내놓겠다는 시간표도 공개했다.
22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중국 경제매체 중국경영망 등에 따르면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사업부 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위챗)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르면 올 가을, 늦어도 내년 봄께 화웨이 자체 OS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훙멍(鴻蒙)’이라 이름 붙여진 화웨이의 OS는 개방형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태블릿·TV·자동차 등 여러 기기에 쓰일 수 있는 통합 운영 시스템이다. 화웨이는 그간 상하이교통대와 공동으로 리눅스(Linux)를 기반으로 한 독자 OS인 훙멍을 개발해왔다. 훙멍은 중국의 신화 속에서 세상이 탄생하기 전 혼돈 상태 속의 신비로운 힘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대신 독자 OS를 사용한다고 해도 중국을 제외한 유럽, 동남아, 남미 등 화웨이의 주요 해외 시장에서 받는 타격을 쉽게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향후 새 OS가 설치된 화웨이의 새 IT(정보통신기술) 제품을 쓰는 중국 밖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앱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구글플레이 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는 데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지메일·구글 지도·구글 검색 앱 등도 설치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독자 OS를 기반으로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구글과 애플 양대 진영을 주축으로 형성된 IT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는 것은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편 미국 정부의 방침을 준수해 화웨이와 거래를 끊기로 했던 구글은 우선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완화해 90일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임시면허를 발급하기로 한 데 따라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보류하기로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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