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창조적 아이디어가 도전의 열매로 사회를 진화시키는 과정’이다. 창조성 발현을 위한 ‘연결성의 강화’와 도전을 장려하는 ‘혁신의 안전망’, 혁신성과를 확산시키는 ‘선순환 제도’가 혁신의 3대 요소가 된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창조성은 연결이다’라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자주 인용한 오래된 상식이다. 창조성은 기존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지식의 낯선 연결로 발현된다. 연결을 저해하는 장벽의 철폐와 연결을 촉진하는 플랫폼 구축이 창조성 발현을 위한 양대 과제다. 장벽에는 진입장벽·부처장벽·규제장벽이 있다. 신산업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산업의 연결성을 저해한다. 정부 부처 간 장벽이 국가 전체의 연결성을 저해한다. 규제장벽이 새로운 생각을 저해한다.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려진 각종 장벽이 우리 사회의 창조성을 저해하고 있다. 전문성은 중요하나 창조성을 가로막는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 효율과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만든 규제장벽이 혁신과 반비례한다는 것은 프레이저연구소 등에서 일찍이 확인된 바 있다.
연결을 저해하는 장벽이 철폐되면 연결을 촉진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활성화된 온라인플랫폼은 지식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창조성을 촉발했다. 오프라인의 연결비용은 비싸고 시간이 걸리나 온라인의 연결비용은 저렴하고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개방 플랫폼은 연결을 촉진해 사회 전체의 창조성을 높인다. 개방을 통한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이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이다.
낯선 연결을 통해 발현된 창조성의 씨앗들은 모두 열매를 맺지 못한다. 잘 알려진 혁신의 로저스 곡선에 따르면 불과 0.7%의 창조적 아이디어만이 실질적 성과를 낸다고 한다. 대부분의 창조성 구현의 도전은 실패로 끝난다. 통상적으로 80%의 도전은 실패한다. 그런데 실패한 도전을 징벌하면 그 사회와 조직에서 혁신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혁신 대신 ‘혁신하는 척’만이 자리 잡게 된다.
모든 혁신은 실패와 손바닥의 앞뒤 같다. 실패를 없애면 혁신도 없어진다. 혁신을 위한 창조적 도전은 혁신을 지원하는 조직문화에서 지속 가능해진다. 바로 ‘혁신의 안전망’이 창조적 도전을 성공시키는 인프라인 이유다. 그런데 실패를 지원하면 혁신의 안전망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혁신조직의 문화적 역량은 ‘도전에 의한 실패’는 지원하되 ‘경계에 의한 실패’는 징벌하는 실패로부터의 학습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연결성과 혁신의 안전망으로 창조적 도전에 성공한 사회는 지속 가능한가를 질문해야 한다. 창조적 도전에 성공한 기업가를 찬양하고 보상하면 사회의 부는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 삼성의 이병철 창업자와 현대의 정주영 창업자가 이룬 부를 모두가 찬양하지는 않는다. 일부는 게임의 법칙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일부는 과정은 공정해도 결과는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다수 국민의 뜻에 부응한 규제정책들이 발동해 국가 혁신을 저해하게 된다.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시키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혁신가들이 진입 장벽을 쌓지 않아야 한다. 혁신가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혁신은 지속된다.
국가는 혁신의 리더십인 기업가정신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하며 벤처창업을 촉진해야 한다. 혁신의 주역은 기업가이고 그 바탕에 선순환 기업가정신이 있다. 혁신은 결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도전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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