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테이(36·사진)는 2004년 데뷔곡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로 단번에 ‘발라드의 왕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의 행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케 한다. 2009년 뜬금없이 주말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배우로 변신하더니 2011년 ‘오페라 스타’에 출연해 오페라를 배운다. 2015~2018년에는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라디오 DJ가 됐다. 이후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먹방’에 출연해 상상을 초월하는 대식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급기야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수제 햄버거 가게까지 차려 성공한 자영업자가 됐다. 최근에는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비롯해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에 잇달아 출연해 뮤지컬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팔색조’ 테이를 최근 대학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발라드로 데뷔해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았지만 친하던 매니저 형이 2009년 세상을 떠났을 때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며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았고, 슬픈 노래는 더욱 부를 수 없었다”며 화려한 활동 뒤에 가려진 아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뮤지컬 ‘루드윅’에 대해 “위대한 음악가로서의 베토벤 면모보다는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에 초점이 맞춰진 역할이라 출연을 결정했다”며 “관객들도 발라드 가수가 아닌 에너지를 분출하는 배우 테이를 보고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베토벤 나이만큼은 아니지만 감정의 넓은 폭을 소화해내는 모습을 기대해달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베토벤을 사회성 떨어지는 괴팍한 천재 음악가가 아닌 인간관계와 사랑을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렸다. ‘루드윅’은 6월30일까지 서울 드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오는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9 K-뮤지컬 로드쇼’ 참가 작품으로 선정돼 중국 수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테이는 어린 베토벤이 아버지에 학대받은 뒤 다락방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가장 인상적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그냥 피아노가 좋았어’라는 대사에 힐링이 됐다”고 했다. ‘루드윅’ 무대에 오를 때는 두려움이나 불안감 없이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베토벤을 연기하며 음악으로 위안을 받고 상처를 치유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듯 했다.
그는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여명의 눈동자’에도 출연했다. 투자 유치가 무산돼 제작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테이를 비롯한 배우와 스태프들의 헌신으로 공연돼 작품 이상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그만큼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는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뮤지컬이 지금 제가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장르”라며 “가수로 무대에 오를 때는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했다면 뮤지컬에서는 관객들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미스 트롯’이 인기를 끌면서 트로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로트 역시 잘 소화해내는 그에게 트로트 뮤지컬에도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곧바로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테이는 “아버지가 즐겨 불렀던 ‘몇 미터 앞에다 두고’, ‘안동역’ 등을 매우 좋아한다”며 “미디엄 템포의 음악에 단순하고 솔직한 가사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고 설명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NOS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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