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 지역은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무역과 직접투자 측면이다. 신남방 지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교역과 제조업 투자가 크게 늘어 우리나라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고 있다는 점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에서 신남방 지역(아세안+인도) 비중은 지난 2009년 12.7%에서 2018년에는 15.9%로 높아졌다. 우리나라 전체 해외 직접투자에서 신남방 지역 비중도 연간 투자금액 기준으로 같은 기간 11.4%에서 14.4%로 높아졌고 신고 건수 및 신규 법인 수 기준으로는 각각 22.8%, 20.1%에서 35.5%, 39.8%로 급증했다.
■ 국내銀 신남방 집중 현상 뚜렷
베트남·인니·미얀마 등 성장세 가팔라
현지 진출·로컬기업 금융 수요 급증
저금리·대출규제에 국내성장은 한계
4년간 해외점포 45개 중 44개 몰려
■ ‘금융한류’ 제대로 꽃피우려면
인터넷·모바일 금융으로 영역 확대
정부 차원 금융사 간 과열경쟁 대처
P2P·핀테크·거시건전성 감독 등
선진 금융노하우 활용 협력관계 구축을
신남방 지역은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주력 진출 시장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말 전 세계에 있는 우리나라 해외 점포 수는 총 436개인데 그중 신남방 지역에 37.6%인 164개가 집중돼 있다. 증가세를 보면 더욱 놀랍다. 신남방 지역은 2009년 78개에서 2018년 164개로 2.1배 급증한 반면 그 외 해외 점포는 11.5% 증가(244개→272개)에 그쳤다. 최근 4년간(2015~2018년) 늘어난 해외 점포 45개 중 44개가 신남방 지역에 몰려 있다. 신남방 지역 중에서는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가 크게 늘었다. 이들 3개국에 대한 해외 점포 수가 2012년 53개, 2014년 73개, 2018년 98개로 급증했다. 2014년 이후 증가한 45개 중 25개가 이들 3개국에 집중됐다. 최근 신남방 지역에 해외 점포를 늘린 금융회사는 주로 은행업과 여신전문금융업이다. 최근 4년간 은행업이 20개, 여신전문금융업이 19개 증가해 전체 45개 증가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신남방 지역으로의 금융회사 진출이 급증한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현지에서 우리 기업의 금융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신남방 국가들과의 수출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무역금융 수요가 함께 증가했고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투자자금 조달 수요도 동반 증가했다.
대부분의 신남방 지역 국가들이 고성장하는 과정에서 현지 로컬 기업 및 가계의 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상대적으로 현지 국가의 금융 부문이 낙후돼 우리 금융회사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우리 금융회사의 주력 진출 국가가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등 상대적으로 저개발국인 것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끝으로 국내적으로 금융자산 축적, 저금리, 수익 다변화 등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수요도 신남방 지역 진출 확대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 규모가 3대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자산 등 늘어나고 있는 저축 자산을 모두 수용하기에 어렵다는 점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투자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기준으로 1.75%에 머물고 있는 저금리, 정책당국의 가계부채 대책 강화 등도 고수익 기회 및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에 일조하고 있다.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신남방 지역으로의 국내 금융회사 진출 확대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잠재적인 위협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국가에 집중된 진출, 우리 금융회사 간의 경쟁 심화, 현지 정책당국의 인허가 및 관리·감독 강화 등이 그것이다. 향후에는 금융회사의 양적 진출 확대를 벗어나 질적 수준을 제고하고 내실화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의 현지 사업 고도화, 리스크 관리 강화, 금융협력에 기초한 장기적인 사업기반 강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신남방 지역 진출 금융회사의 사업 고도화다. 진출국에서의 인터넷 및 모바일 비즈니스 확대, 신용평가 시스템에 기반한 국내외 우량고객 발굴 등을 추진하고 동시에 기진출국을 기반으로 기존 진출 경험을 살려 신남방 지역 역내 인접 및 유사 국가로의 진출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다. 이는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 신남방 지역의 경제 및 금융 리스크, 신용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책당국 차원에서도 국내 금융회사 간 과열 경쟁, 현지 정책당국의 규제 강화 리스크 등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금융협력에 기초한 장기적인 사업기반 강화다. 신남방 지역은 한국의 성공적인 산업화 과정에서 금융 부문의 기여, 즉 금융 인프라와 금융제도, 그리고 한국의 외환위기 경험과 극복 과정에서의 금융 안정 노하우에 대해 관심이 높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한국의 거시건전성 감독, 증권법 및 보험업법 개정, 개인간거래(P2P) 감독, 핀테크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국가와의 금융협력 수요 발굴 및 금융협력 추진은 장기적인 사업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금융회사와 정책당국의 노력은 우리 금융회사들이 1990년대 중후반과 같은 해외 진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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