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하는 두 명의 클래식 음악 스페셜리스트들이 동시에 내한 공연을 펼친다.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3)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5)다. 이들은 각각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곡과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의 가곡을 가장 잘 해석해내는 현존 최고의 음악가로 꼽힌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베토벤·슈베르트의 매력과 내한 공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을 들어봤다. 이들의 표현 방식은 피아노와 목소리로 서로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시대를 앞서 간 위대한 거장들에 대해 “연주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며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이라며 무한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한국의 젊고 열정적인 청중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베토벤은 제 음악과 인생에 선물”= 부흐빈더는 ‘베토벤의 환생’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지금까지 50회 이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을 연주했다. 내한 공연은 6년 만이다. 7일 대구를 시작으로 광주·인천·서울 등에서 5회 순회 공연을 펼친다.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 8번 ‘비창’, 23번 ‘열정’, 25번을 연주한다.
그는 “우리는 살아있는 한 베토벤 음악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항상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공연에서 제가 발견한 음악과 해석으로 청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곡을 묻자 “수없이 들은 질문이지만 하나만 꼽을 수가 없다”며 “모든 곡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젠 베토벤이 지겹지 않느냐고 묻자 “없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평생도 모자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소나타를 준비하고 다음 소나타를 준비하다 보면 내 안의 잠들어 있던 무엇인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베토벤은 제 영혼과 몸, 심장에 모두 살아있거든요”
부흐빈더는 이어 “많은 이들이 저의 베토벤 연주에 대해 ‘보다 자유로워졌다’고 하는데 저도 동의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베토벤에 대해 더 연구할수록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로 그 감정이 제 해석에 변화를 준다”며 “베토벤이라는 한 예술가는 제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에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선물처럼 안겨준 것 같다”고 말했다.
◇“슈베르트는 보컬리스트에 최고의 명작곡가”= 보스트리지는 오는 10·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와 공연을 펼친다. 인간과 환경을 주제로 한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자리다. 그는 슈베르트 3대 연가곡집인 ‘겨울 나그네’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 전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보스트리지는 3대 연가곡집에 대해 “슈베르트의 리트(가곡) 레퍼토리 중에서도 최고의 곡들”이라며 설명했다. 그는 “슈베르트는 가곡 분야에서 가장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명작곡가로 가곡의 기반과 기본 요건을 정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존경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이어 “슈베르트가 작곡한 멜로디는 상당히 놀라운 것이 많다”며 “특히 화음을 상당히 혁신적으로 사용한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그는 ‘겨울 나그네’에 대한 분석을 책으로도 써내 논픽션 분야의 문학상인 더프 쿠퍼 상을 받기도 했다.
성악가 인생에서 슈베르트가 갖는 의미를 물었다. 그는 “보컬리스트인 입장에서는 슈베르트가 최고”라며 “테너에 맞는 곡을 여러 곡 써준 것에 감사해 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슈베르트는 31년의 짧은 생애에 약 600곡의 가곡을 남겼다. 보스트리지는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역사학을 전공한 뒤 성악가로서는 늦은 나이인 29세에 데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학자로서 특정 주제에 집중하고 분석하던 경험이 예술가로서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음악가는 학자와 달리 살아있는 음악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직관이 필요하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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