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용운
뜰 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꺾어 말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서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는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恨)을 잡아맵니다.
그대 심은 버들 허리 말고삐를 매렸더니 주련 같은 버들가지 손에 먼저 잡히더이다. 하릴없이 꺾어 쥐고 말 궁둥이 채칠 때에 내 살인 듯 아프더이다. 말과 함께 내닫을 때 온산에 봄빛 찬연한데 선혈처럼 붉은 꽃잎 점점이 날리더이다. 이역만리 당도하였지만 말채찍 차마 버릴 수 없어 창가에 꽂았더니 해마다 자라서 천만 가지 나부낍니다. 저마다 말채찍 되어 돌아가자 외치는데 나는 아직도 무슨 할 일이 많아 한 가지 꺾어 쥐지 못하고 올봄도 보냅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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